.... 최고 점수라는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 가족들 앞에서 의기양양해졌다는군요. 그런 아버지를 보며 아들은 기쁨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합니다.
열세 살 아들의 기쁨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리고 마음속으로 늘 울고 있다는 『토지』 속 일본 할머니의 슬픔은 또 무엇이랍니까. 아마도 이들의 기쁨과 슬픔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논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둘다 인간과 인간이 이어져 있음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낯선 할머니, 철없는 아들이라지만 그들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의기쁨과 슬픔을 함께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기쁨과 슬픔은 나와 네가 공감할 수 있다는 증명이며, 그래서 인간은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증명입니다. 이와 같은 공감이 더 촘촘하게 우리들을 에워쌀 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참 좋은 세상이 될 겁니다. 그런 세상을 박경리 선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의 인연이 모두가 그와 같다면 그야말로 이 세상이 극락이지 극락이 어디 따로 있겠나."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는데 마음속으로 늘 울고 계신다는 할머니, 세상 모든 슬픔에 공감했던 그분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할머니의 마음은 사람을 살렸고, 사람들에게 극락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었다고 말입니다.

... 욕망이나 의지, 결단과는 상관없이, 그림을 아무리 열심히 그리더라도 그의 생활은 점점 더 가난해질 수도 있고, 훌륭한 화가로 인정받지 못한 채 무명의 세월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스스로가 그림 그리는 것을 긍정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가난과무명의 세월까지 긍정하는 것, 즉 첫 번째 긍정으로부터 생겨날모든 결과까지 기꺼이 긍정하는 것이 두 번째 긍정이라는 거지요. 이렇게 두 번 긍정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가난해도 좋고 무명으로 끝나도 좋다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방법은 없지 않느냐는 겁니다.
그리고 덧붙입니다. 물론 그렇다 할지라도 늙고 병들고 죽는 등등의, 인간으로서 겪는 불행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 긍정의삶을 살아가는 자에게 그런 고통이나 불행은 지나가는 불행과고통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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