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와 재물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세속적인 관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추구하는 목표에 고상함과 저열함의 차이가 있고, 그래서 군자와 소인이라는 서로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비유를 하자면, 누구는 동전 몇 푼을 훔치고, 누구는 황금 같은진귀한 보배를 훔치는 것의 차이가 있더라도, 도둑질이라는본질에는 차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텐데요. 크고 작음의 차이가 그리 큰 것일까요? 절도는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닌물건을 자기 것으로 만든 행위입니다. 가치의 크고 작음에는차이가 있겠지만, 적은 돈을 훔친다고 해서 도둑질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사물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세속에 따라 본성을 잃는 사람을 일컬어 도치된 사람이라고 한다.
-「선성」

문제는 차이 그 자체가 아니라 현대의 세계가 미증유의 풍부함으로 차이의 즐거움을 즐길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있습니다. 문제는 "신기한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見以思遷"
는 인간 본성에 있는 것입니다. 다른 것을 보면 사람의 마음은달라지기 마련이지요.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지 않고 그것을쫓아가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다 결국 자신의 본질을 잃을 수도 있겠지요.

우물 안의 개구리는 바다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작은 공간에 얽매였기 때문이다. 여름 벌레에게는 얼음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짧은 시간만을 굳게 믿는 까닭이다. 곡사에게는 도를 말할 수 없다. 구구한 가르침에만 속박되기 때문이다.
「추수」

이 비유들은 "곡사에게는 도를 말할 수 없다. 구구한 가르침에만 속박되기 때문이다" 라는 구절과 대비를 이룹니다. 아마도 이 주장을 펼치기 위한 준비였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곡사(曲士)‘는 식견이 부족하고 편협하게 자기주장을 고집하는 사람이지요. 『장자』에서는 이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하고있습니다. 예를 들어, 「천도」에서는 ‘변사(辯士)‘를 자신의 주장만을 끝끝내 고집하는 사람(一曲之士)‘이라 여겼고, 「천하」에서는 ‘두루 살필 줄 모르는(不該不遍 사람이 곡사라고 했습니다. 곡사가 도리에 밝지 못한 것은 그가 받아들인 지식과교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음미해 볼 가치가 있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지식은 긍정적인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도가의 입장에서 보면, 지식이라는 것은 어떤 대상을 긍정하는 동시에 사실 다른 사물들을 부정하기 마련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편안히 머물며 변화에 순응할 수 있다면, 희로애락이라는 갖가지 감정에 대한 집착 또한 그 마음을 침범할수 없다.
—「양생주」

진실이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모두가 너무도 슬피 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치 노인이 아이를 잃은 것처럼, 젊은이가 부모를 잃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것들은 아마도 노자가 바라는 바가 아닐 것입니다. 노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는올 때가 되어서 이 세상에 왔고, 갈 때가 되어서 자연스럽게간 것입니다. 만약 오고 가는 때에 언제나 편안하면서 자연의이치에 순응한다면, 슬픔이나 기쁨의 감정도 그렇게 마음속깊이 파고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과 ‘순응‘은 여기서 특별히생사와 연관되어 이야기됩니다. 장자는 생명의 과정에 불가항력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생명이 올 때도 우리는 주도적으로 나설 방법이 없으며, 생명이 떠나갈 때도 마찬가지로 주도적으로 나설 방법이 없습니다. 아무것도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그 대상을 이해하고 이해의 기초 위에서 평정을지키면서 그 오고감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온다고기뻐하고 간다고 슬퍼하는 마음속의 감정적 반응이 아무런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 둔다면 결국 해가 될 뿐이죠.

기쁨과 노여움은 굳이 얼굴에 나타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대개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며, 다른 사람의 눈에 들어야만 의미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슬픔과 즐거움은마음에 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진정으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으며 마음속의 세계를 보호할 수 있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