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편지를 받은 샹탈의 변화에 장마르크는 당혹스럽기만 하다.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혹은 누군가가 찬양하고 숭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샹탈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지에 진주목걸이가 아름답다고 쓰자 장마르크의 선물이지만 너무화려하다며 자주 착용하지 않았던 진주목걸이를 자랑스럽게 걸고외출하는 것이다. 빨간 옷을 언급했더니 샹탈은 빨간 잠옷을 입고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여자로 변신한다. 지금 샹탈은 자신의 정체성‘마저 바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진주목걸이를 싫어하던 여자에서 좋아하는 여자로, 붉은색 옷을 경멸하던여자에서 붉은색을 좋아하는 여자로 변하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샹탈을 찬양하는 스토커의 편지 내용이 전적으로 그녀와무관한 것은 아니다. 찬양과 숭배의 편지를 쓰기 위해 장마르크는예전보다 훨씬 더 치밀하게 샹탈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스토커의 편지, 그러니까 장마르크의 편지는 샹탈로 하여금망각하고 있던 자신의 매력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에 지나지않는다. 그렇지만 이 스포트라이트가 샹탈에게 엄청난 자기만족,혹은 자긍심이라는 감정을 부여한 것이다.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보석이 있는지를 알았을 때,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삶에 자긍심을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자긍심(acquiescentia in se ipso)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 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