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 않은 문제에 매달릴수록 형편은 더 나빠집니다. 분석을 거듭할수록 불평거리는 더 늘어납니다. 깊이 파고들수록 상황은 더 심하게 꼬여만 갑니다. 은밀한 불만으로 끌어들이는 거대한 어둠의 세력이 존재합니다. 정죄와 자책, 독선과 자기 거부 등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아주 고약한 방식으로 상승 작용을 합니다. 꼬임에 넘어갈때마다 자신을 거부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일단 불평불만이라는 광막한 미로에 발을 들여놓으면 순식간에 길을 잃게 되고 결국에는 세상이 자신을 몰라주고, 거부하며, 무시하고, 멸시한다는 의식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불평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마련이며 전혀생산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동정심을 자극하고 간절히 소망하는무언가를 얻을 욕심에 푸념을 늘어놓으면 백이면 백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매사 불만스러워하는 상대와 어울리는 건 골치 아픈 일입니다. 자기부정적인 이가 늘어놓는불평에 대처할 묘수를 터득한 이는 흔치 않습니다. 비극적인 건 한번 불평을 내뱉고 나면 머잖아 가장 두려운 상황에 몰린다는 사실입니다.

진정 내 힘으로 일으킬 수 없는 일이 내 안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아래로부터 다시 태어날 길은 없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인간의 생각으로, 인간의 심리적인 깨달음으로는 거듭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치료는 오직 위로부터 하느님이 손을 내밀어주실 때만 가능합니다."

.......순종적이고, 성실하고, 법을 잘 지키며, 열심히 일하고, 자기희생적이라는 건 누가 봐도 좋은 자질이 아니던가요? 그런데 원망과 불평이 바로 그 칭찬할 만한 태도들과 단단히결합되어 있으니 정말 이상한 노릇입니다. 그 탓에 절망감에 빠질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말과 행동으로 더할 나위 없이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바로 그 순간, 분노와 원망에 사로잡힙니다. 마음을 비워야겠다고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사랑을 끌어모으는 데 집착합니다. 맡은 일을 멋지게 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바로 그 순간, 왜 남들은 나만큼 헌신하지 않는지 회의하기 시작합니다. 시험을 이길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유혹에 넘어간 이들을 은근히 부러워합니다. 고결한 자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원한에 사무친 불평꾼이따라다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참으로 허약한 나의 진짜 모습과 마주칩니다. 나에게는 원한을 완전히 뿌리뽑을 능력이 없습니다. 원망과 분노는 내 속사람이라는 토양에 너무 단단히 박혀 있어서 그것을 힘껏 잡아당긴다는 건자신을 파괴하는 행위 같은 느낌이 듭니다. 도덕적인 장점들을다치지 않으면서 원한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안의 큰아들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탕자의 비유는 형제를 선과 악으로 갈라놓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기서 선한 이는 오직 아버지뿐입니다. 어른은 형과 아우를 모두사랑합니다. 버선발로 달려나가 두 아들을 맞아들입니다. 두 자식을모두 한 상에 앉히고 더불어 기쁨을 나누길 바랍니다. 동생은 모든허물을 용서하는 아버지 품에 안겼습니다. 큰아들은 멀찍이 물러서서 아버지의 자비로운 몸짓을 지켜볼 따름입니다. 아직까지는 분노와 원망을 떨쳐버리고 아버지가 베푸는 치유의 손길에 자신을 내어맡기지 못합니다.
아버지는 사랑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모든 이들의내면에서 어둠을 몰아내주기를 바라면서도 자유롭게 선택할 여지를 줍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암흑 속에 머물 수도 있고, 하나님이 비춰주시는 사랑의 빛 속으로 걸어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이거기에 계십니다. 주님의 빛이 거기에 있습니다. 거룩한 용서가 거기에 있습니다. 창조주의 무한한 사랑이 거기에 있습니다.

아버지는 큰아들과 작은아들을 모두 사랑했다. 아버지는 저마다 뜻하는 대로 살 자유를 주시지만, 받아들이지도 않고 제대로 깨닫지도 못하는 자유를 부여하실 수는 없다. 당시의 관습과는 달리 이 아버지는 자식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울러 아버지의 사랑과 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역시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인생사를 어떻게 매듭지을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았다는 사실만 봐도 이야기가 올바르게 마무리되는 데 따라 아버지의 사랑이 달라지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아버지의 사랑은 다만 그 자신의 존재와 성품에 따라 좌우될 뿐이다. 변화가 생길 때마다 변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라는셰익스피어의 소네트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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