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근원적 관점들과 감수성, 느낌, 사유, 감각 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일상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독일어의 결정하다(bestimmen)‘라는 동사 안에Stimme(목소리, 의견)‘라는 어근이 들어 있다.-역주) 우리가 부모를실망시킬 때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셈이다. 자기 결정적 인간으로서 부모와 적절한 관계를 찾기 위해서 우리는 경계선을 그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결정하는 삶이란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게나, 이기적으로 자신의 의지만을 관철하려 들거나,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줄 준비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자신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 자신만 염려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자신의 필요와 갈망에 대해서 예민하게 깨어 있는 감각은 필요와 갈망을 모두 얻도록 이끄는 것이 아니다.
실망은 우리의 기대와 희망을 말해준다.
기대와 희망은
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즉, 우리 마음에 무엇이 깊이 자리하고 있으며,
우리는 진정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