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진실을, 오로지 진실을 얻어내려 애써온 방법의 역사가 무엇보다도 실패와 좌절의 역사인 것은 우연한 일이 전혀 아니다. 고통이나 두려움, 처벌의위협 혹은 심지어 구원의 약속도 진실을 강제하지는 못한다. 거짓말은 자유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픔과 두려움과 위협과 약인간이 진실을, 오로지 진실을속으로 우리는 정확히 정반대의 것을 얻어낼 뿐이다. 고문받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기보다, 고문관이 무엇을 진실로 여기는지 알아내려 안간힘을 쓴다. 고문관이 진실로 여기는 것을 말해주어야 고문의 고통이 멈추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지. 이제야실토하는군" 하고 의기양양해하면서 고문관은 결국 자기 생각만 강제할 뿐이다. 속내를 정확히 말해주는 것보다 어른의 좋은기분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기는 어린아이와 마찬가지로 고문은 암시의 이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정하는 기준은 오로지 상대방의 생각일 뿐이다. 바꾸어 말해 고문받는 사람은 고문관의위에 맞추려 되도록 그럴싸하게 거짓말하려 시도한다.

거짓말과 비슷하게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는 현상은 오로지 하나, 곧 거울이다. 우리는 오늘날까지도 거울이 보여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들림 없는확고함으로 거울은 정확히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거울에 무슨 짓을 하든 거울이 그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을 정확히 보여주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우리의 교차된 시신경과 다르게 거울은 측면을 헷갈리지 않으며, 오른쪽은 오른쪽에 왼쪽은 왼쪽에, 위는 위로 아래는 아래로 놔둔다. "거울은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진실을 말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이 말대로 우리는 거울을 한 점의 의심도 없이 믿는다. 거울은 반응하지 않으며, 해석하거나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거울은거짓말과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거울을 도구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먼저 우리는 거울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거짓말 읽기는 다각도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관점을 바꾸어가며 살필 때에 가능하며, 어떤 이해타산으로 거짓말에 휘말려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그러나 거짓말 전체를 놓고 성찰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오로지 거리를 두는 태도와는 다른 조건도필요하다. 거짓말 성찰은 오로지 그 자신이 거짓말의 능력을 아는 사람, 곧 잠재적인 거짓말쟁이만이 할 수 있다. 우리가 거짓말 전체를 살피려는 결심을 어려워하는 구실이 차고도 넘쳐나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다. 거짓말을 하려는 결심의 도덕적인 정당화가 가능할까 하는 물음 앞에서 사람들은 거짓말 전체를 살피기 꺼려한다.

인간은 자기 행동에 밑받침이 되어주는 것이라면 참으로 여긴다. 또 바로 그래서 우리는 진실을 마음에 드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려 끌어다대기도 한다.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 곧 어떤 행동을 선택하되 다른 대안은 고려하지않기로 결정해야 하는 사람은 진실을 아는 지식이 유용하다고여긴다. 또 물론 이 지식은 행동 조건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아는것이기도 하다. 성인은 시간과 인내심을 가지고 아주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다. 그러나 또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면 지식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음도 안다.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지식을 실제 참으로 여길 것인가 하는 물음은 이지식을 행동에 고려해야 하는지, 곧 우리 행동에 유용한 것인지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니까 우리가 진실에 가지는 관심은무엇보다도 목적에 합치하는지 따지는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바꿔 말해 우리는 유용하거나, 심지어 꼭 필요할 때에만 진실을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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