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현대미술관 모마 MoMA에서 열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40년 회고전 예술가가 여기에 있다 (The Artist is Present)라는 제목 자체로 기념비적인 퍼포먼스를 예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마리나는 어떤 식으로든 전시장 내에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녀가 정말 말 그대로 그곳에 있기만 할 거라고, 그게 전부일 거라고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사람이 79일, 총 750시간 동안 1545명의 낯선 사람을 코앞에마주하면서 아무런 도움 없이, 방해 없이 화장실조차 가지 않은 채의자에 가만히, 정말로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마리나라는 예술가가 이런 일을 계획하고 정말로 이를 해내리라고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마리나의 퍼포먼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 땋은머리를 어깨 앞으로 가지런히 내린 예순여섯의 마리나가 휑뎅그렁한 전시실로 걸어 들어와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은 뒤에 자신의 맞은편에 앉는 관람객을 그저 바라보는 것, 그게 전부였다. 거의 석달 내내 이 전시를 찾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마리나는고개를 숙이고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 매번 새로운 얼굴로 고개를들어 새로운 사람을 마주했다.
마리나는 본인의 작품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저는 그저 자신을 비우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할수 있도록 말이죠."
현재에 집중한다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인가? 뭐가 그렇게특별하다는 걸까?
마리나의 퍼포먼스를 직접 관람한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 그것은가히 종교적이라고 할 만한 경험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타인을 온전하게 경험한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마치 세상에 이보다더 중요한 일이 없는 것처럼 타인과 맞물리는 느낌을 가져보는 것, 상대의 모든 에너지를 받아보는 경험은 더욱 더 드물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토록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타인의 모습을 언제 볼 수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