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차마 들어줄 수 없네 하는 무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다음에는 화가 났고, 그러더니 불쑥 웃음이 났다. 나는 장례식에 어울리지 않게 터져나온 이런 감정을 숨기려고 손수건을 찾다가 내여동생과 이모도 웃고 있는 걸 발견했다. 우리 모두는 터져나오는웃음을 참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웃음은 쉽사리 전염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우리는 돌아가신 할머니라도 아마 웃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할머니는 웃음이 얼마나 마음을후련하게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바버라 파흘-에버하르트와 함께 세미나를 하면서, 우리는 매사에 조심한다고 해도 삶의 불쾌한 측면들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생겨나는 불안감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나누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란 조건이 명확하고, 숙지할수 있는 규칙과 훈련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되는 일일 텐데, 그러기에는 삶이라는 게 너무 복합적이라는 것.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훤히 조망할 수 있는 닫힌 시스템뿐이라는 것. 그러기에마지막 호흡을 할 때까지 삶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늘 새로운 변화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는 것. 많은 사건들은 우리 힘으로는 만들어낼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으며, 따라서 많은 경우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것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