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이탈리아의 심리학자들이 티롤 남부 지방 산촌 농민들의생활 습관을 연구하고 놀라운 발견을 했다. 농부들을 상대로 일과 여가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고 묻자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냐는답이 돌아온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농부들은 해야 할 일을 할 따름이었다. 젖소의 젖을 짰으며, 밭의 잡초를 뽑아 주었고, 사이사이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저녁이면 아코디언 연주를 즐겼다. 뭐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고 무엇이 놀이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산골 사람들은 "지금처럼 똑같이!" 하고 대답했다. 우유를 짜고 풀을 베며 옛날이야기와 음악을 즐기겠노라는 한가로운 표정으로 말이다.
"시간 부족이라는 느낌은 시간과는 별 관계가 없으며,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갖느냐에 달린 것이다. 과학 전문 기자 슈테판 클라인stefanklein이 자신의 책 《시간zeit)에서 한 말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신의 삶이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게 분명하다. 자신이 무얼 해야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은 그만큼 덜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더욱 건강했다. 얼마나 많은 일을 어느 정도 시간 안에 처리해야 좋은지하는 물음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업무량의 정도보다는 스스로결정할 수 없다는 게 더욱 우리를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심 걱정에 시달리며 위궤양을 앓는 사람은 항상 바쁜 경영자가 아니라, 쉬지도 않고 이러저런 지시를 해대는 상관에게 시달림을 받는 부하 직원이었다.
자신의 성공 비결을 털어놓으며 산장 주인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등산로를 보세요." 그가 말문을 열며 계곡 아래로 이어지는돌투성이의 길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차를 타고 산장으로 오게 만들려면 벌써 포장을 했겠지요!" 그러나 그랬다면 산장의 마법은 씻은듯 사라졌으리라. "내 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면 두 시간의 산행은피할 수가 없소. 대기업 총수가 두 시간 동안 땀을 흘리면, 이곳이 낙원처럼 보일 것이고 와인 한 모금 한 모금이 시구절과 같을 거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산장 주인에게서 그동안 까맣게 잊었던 여유로움을 되찾고 배고픔과 갈증을 진정으로 해소하는 느낌을 갖는것이다. 바로 그래서 산장 주인의 지인들은 거듭 이곳을 찾는다. "만약 내가 길을 닦아 놓았더라면, 내 치즈 맛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을것이며 내 와인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불평을 해댔겠죠
그러나 우리 가운데 매 식사 전에 두 시간에 걸친 산행을 해야만한다거나 해도 좋은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다. 흐트러지지 않는 주의력을 발휘하는 기술은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이를 위해필요한 것은 오직 사고방식의 철저한 전환이다. 항상 더 많이 하고 욕심을 내는 대신, 행복이란 무릇 바로 이 절제 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 정말 제대로 맛볼 수 있는가 하는문제는 그 맛봄의 대상에 달린 게 아니다. 오히려 온전히 그것에 집중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좌우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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