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란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도, 여유를 갖고 주위를 넓게둘러보며 균형을 잡는 힘이다. 한 발 물러서면 시야가 넓어진다.
그렇게 넓혀 놓은 공간에 경직된 당위를 해제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어서고, 근시안적으로 보면 엉뚱해 보일지 모를 해결책을 찾아내는 창의성도 들어선다.

『농담』의 희생자 루드비크는 자신의 유머가 오해되어 일어난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다. 쉽게 말해서 복수를 원했다. 하지만결국 깨닫는다. "모든 것은 잊히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힐 것이다."
유머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야기하는 불편을 호감으로바꾼다. 하지만 유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차이는 오히려증폭된다. 보테로의 비만을 오해하고 지방을 모두 제거하면 세포는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죽고 만다. 부적절한 유머를 구사하여 유머가 오히려 상대를 무장시킬 때, 잘못이 잊히길 기다리는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루드비크의 적절한 유머는 잘못된 시공간 속에서 운 나쁜사람을 만나 부적절해져 버렸다. 하지만, 대개는 유머 없는 행복보다 유머 있는 불행이 낫다. 유머 없이 사는 것보다 더 불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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