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확산은 의학적 위급 상황이기에 앞서 수학적 비상사태이다. 사실 수학은 숫자의 학문이 아니라 관계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서로 다른 실체 사이의 연결과 교환을 기술한다. 그 실체들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에 상관없이 문자, 함수, 벡터, 점과 곡면으로 추상화한다. 그러니 전염은 우리 연결 관계의 감염이다.

....대항할 항체가 없기에 여전히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우리는 항상 일이 시작되고 끝나는 날짜를 알려고한다. 자연의 시간에 따르기보다 자연에 우리의 시간을 부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전염이 일주일 사이에 종식되기를, 곧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전염의 시대에는 우리가 무엇을 실제로 기대해도 되고 기대하면 안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무작정선의 것을 바라는 것과 적절한 선에서 기대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불가능하거나 매우 불확실한 것을 기대한다면 거듭되는 실망에 빠질 것이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허황된 마술적 사고는 우리를 더 고통스럽게 할뿐이다.

그런데 Cov-2는 신종 바이러스이다. 우리는 항체도백신도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허를 찔리고 말았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SIR 모델로 볼 때,
이 새로운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는 모두 감염 가능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시간을참고 견뎌야 한다. 다소 불편이 따르겠지만, 현재 우리가쓸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은 신중함뿐이다.

나는 아버지에게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내게 아주 침착하게, 특정한 상황에서는 그저 단념하는 게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 될 수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전염병은 우리가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정상적인 사회체제에서 우리가 발휘하지 못했던 상상력을 거침없이 펼치게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고, 개인적 선택을 할 때도타인의 존재를 고려해야 한다. 전염의 시대에 우리는 단일유기체의 일부다. 전염의 시대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전염의 시대에, ‘인간은 섬이 아니다‘ 라는 존 던JohnDont의 묵상이 더욱 의미심장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전염병은 어쩌면 지금 꼭 필요한 ‘생각으로의 초대‘일지도 모른다. 유예된 활동, 격리된 시간들은 그 초대에 응할 기회이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느냐고? 우리는 단지 인간 공동체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 섬세하고 숭고한 생태계에서 우리야말로 가장 침략적인 종이라는 것.

우리는 코로나19가 개별적인 사건이고, 역경이나 재앙이며, 다 ‘그들‘ 잘못이라고 소리칠 수 있다. 그러는 건자유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 사태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할 수 있다. 정상적인 일상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생각의 시간‘으로 이 시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이르렀는지, 어떻게 되돌아가고 싶은지등을 생각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날수를 세면서, 슬기로운 마음을 얻자.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이 헛되이 흘러가게 놔두지 말자.

Marguerite Duras*의 문장이 있다. ‘평화는 이미 어렴풋이 보인다. 거대한 어둠이 내리는 것 같다. 망각의 시작이다. 전쟁이 끝나면 모두 끔찍했던 기억을 서둘러 잊으려 한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나는 대유행의 시작이 비밀 군사 실험에 있지 않고,
환경 및 자연과 위태로운 관계, 산림 파괴, 우리의 부주의한 소비에 있다는 것을 잊고 싶지 않다.
대유행은 우리가 대부분 기술적으로 준비되지 않았고, 과학적으로 무지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 점을 잊고 싶지 않다.
나는 가족 앞에서 용감하지도 의연하지도 지혜롭지도못했다는 것을 잊고 싶지 않다. 서로가 가장 필요했을 때사기를 북돋아주지 못했고, 나 자신도 위로하지 못했다.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알아서, 그리고 함께 성찰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해야 괴물같은 자본주의에 지혜롭게 저항할 수 있는지, 경제 체제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환경과의 협정을 어떻게 다시맺어야 하는지 모른다. 심지어 나의 행동을 어떻게 바꿔야하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생각하는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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