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하고 푸른 작은 점 (Pale Blue Dot),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지구를 이렇게 부른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도 한낱 점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이 너무 괴롭고 힘들다면, 영원의 관점에서 그대의 현실을 바라보라. 철학은 높은 곳에서 인생을 바라보게 한다. 철학이 자아 회복력(Self Resilience)을 높이기 위한최고의 수단인 이유다.
내가 바란다고 우주가 가던 길을 바꾸지 않는다
태풍이 부는 까닭은내 인생을 결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일상을 힘들게 하려고경제 상황이 꼬여 버린 것도 아니다. ‘필연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자세‘는삶의 고통을 누그러뜨린다. ( 스피노자)
그러나 우리는 감정을 느껴지는 대로 느껴서는 안 된다. 예컨대, 배고픔이 꼭 고통이기만 할까? 비만과 당뇨에 시달려 체중을 줄여야 하는 사람에게 배고픔은 마땅히 견뎌야 할 ‘좋은 감정‘이다. 그에게 ‘나쁜 감정‘이란 달고 짠 먹거리가 주는 짜릿함, 든든한 위장이 주는 느긋함일 것이다. 좋은 인생을 사는 이들은 쾌락을 좇지 않고 겪어야 할 감정을묵묵히 받아들인다. 뚝심 있는 지도자는 주변의 비난을 기꺼이견딘다. 훌륭한 연구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원도 시원찮은과제를 맡더라도 불평하지 않는다.
사탕을 빼앗긴 어린아이는 목청 높여 운다. 어른들은 다르다. 사탕이 없다 해도 내 인생에 큰 고통이 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피노자는 결과보다 원인을 바라보라고 충고한다. ‘빅 픽처‘ (big picture)를 그리라는 의미다. 거듭 강조하지만, 감정을 느껴지는 대로 느껴서는 안 된다. 고통이 왜 나에게 찾아왔는지, 아픔이 내 인생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스피노자는 "신(神)에 대한 지적(知的) 사랑"을 강조한다. 우주는 거대한 섭리에 따라 흘러갈 따름이다. 내가 바란다고 우주가 가던 길을 바꾸지는 않는다. 행복은 세상이 내게 주는 선물이 아니다. 훌륭한 삶이란 슬픔과 고통을 기쁨과 보람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다. 그대는 눈앞의 고난과 아픔에 전전긍긍하는가, 아니면 모든것의 원인을 차분히 따지며 ‘어쩌지 못할 상황‘에 담담히 맞서는가? 이 물음에 어떤 대답이 나오는가에 따라 그대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갈린다. 차분한 마음으로 『에티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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