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 - 신영복의 세계기행, 개정판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떠남과 만남입니다. 떠난다는 것은 자기의 성城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며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대상을 대면하는 것입니다. 성城의 의미가 비단 개인의 안거安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오랫동안 안거를갖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떠나고 새롭게 만날 수있으리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드네프르 강 언덕에는 전승기념탑이 서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독일의 침략을 물리친 전승을 기념하는 탑입니다. 나는 그것이 전승기념탑인 줄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언덕에 서 있는 여인상女人像이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전승기념탑과는 너무도 다른 모양이었기 때문이지요.
의아해하는 나에게 들려준 안내자의 설명은 참으로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전승이란 전쟁에 나간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이 가장 잘 보이는 언덕에 어머니가 서서 기다리는 것, 그것만큼 전승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전승기념탑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워싱턴에 있는 전승기념탑이었습니다. 해병 병사들이 역동적인 동작으로 성조기를 고지에세우고 있는 형상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지 기념탑의 조형성에 관한것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전쟁에 대하여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
‘던 생각의 천박함을 드러내었던 것입니다. 전승은 적군을 공격하여진지를 탈환하거나 점령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나 자신의 생각이 부끄러웠던 것이지요. 미국적 사고와 문화가 우리의 심성을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깨달아야 했습니다.

군자는 화和하되 동同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화의 원리입니다. 이에 반하여 동同의 논리는 병합하여 지배하려는 획일화의 논리입니다. 세계화는 바로 이러한 동의 논리였습니다. 패권적 지배이며 일방주의적 강제와 오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강제와 오만에 대하여 다투어 영합하고 있는 모방과 굴종의 세계화였습니다. 그것은 자기의 최선에 대한 애정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