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양승권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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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노동에 대한 찬사를 자기 기만이라고 생각했다. 노동에 몰두하는 것은 현대인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고통이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마취제라고 말했다. 기계적인 계획에 따른구속이 서서히 신체에 퍼져나가 각 부분을 마음대로 지배하고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구속은 습관이라는 무의식적인 동작을 통해 암암리에 그 작용을 계속한다. 그 결과 인간은스스로 순종적인 존재가 되어 조직의 그물코 속에 자기를 걸어둔다. 기계적인 활동, 규칙에 대한 생각 없는 복종, 그리고 시간의 분할을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는 개인을 개별화하고 기계적인 신체처럼 움직이도록 하여 조직에 더욱 순응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간다.
노동은 부지런함과 성실함이라는 외투를 뒤집어 써 신성함을 가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신성해진 노동 앞에서 현대인들은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아까워하며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조소에한다. 그러나 정작 ‘진정한 자기의 발견을 위한 시간은 내지는다. 니체는 사람들이 노동에 쓸 에너지를 정신의 성숙과 독립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같은 조직의 그물코‘ 안에서
자기 주도적인 사유는 진행되기 어렵고, 동일한 규격제품에 대한 동일한 욕망을 재생산 하는 좀비만 늘어날 뿐이다.

"고생해서 열심히 재물을 모으지만 다 쓰고 죽는 자는 없다.
그렇다면 굳이 고생해가며 재물을 모을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직위를 유지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노력하는데, 그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그 직위가 무슨 소용이있는가?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에게는 근심과 걱정이 따라다닌다.
오래 살면 살수록 근심과 걱정은 많아지는데, 장수하게 된다면그 고통을 어찌 감당하려는가?"
「지락」

장자가 말한 유희의 경지는 자신을 억압하는 잘못된 현실 을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것은 현실도피가 아니다. 고통이라는 걸림돌을 다른 방향의 디딤돌로 만든 것이다. 이런 유희의 경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의미 있는 지침을 준다.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이 있을 때 이것을 내면으로부터 몰아내려고 너무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밀어내면 낼수록 다른 원하지 않는 것들이 나에게 몰려올 수 있다. 왜냐하면 고통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 자체가 고통을 생각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마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잠이 더 안 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때는 벗어나려는 생각 대신 다른 성격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유희를 중시한다는 것은 절대 자유와조화의 세계를 자기 내면에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의 고통을 가라앉게 하면서 자기 내면을 아름답게 꾸며준다.

니체

모든 것은 가고 또 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돌고돈다. 모든 것은 죽고 또 다시 피어난다. 존재의 세월은 영원히흐른다. 모든 것은 꺾이며 다시 이어간다. 영원히 똑같은존재의 집이 세워진다. 모든 것은 헤어지며 모든 것은 다시만나 인사한다. 모든 순간에 존재는 시작된다. 모든 여기‘를중심으로 ‘저기‘라는 공이 회전한다. 중심은 어디에나 있다.
영원이라는 오솔길은 굽어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莊子
천지의 사시四時에는 소멸과 생장이 있고 만물에는 가득 참과텅 빔이 있으며, 밤과 낮은 서로 교대한다. 생명은 형체가 없는작용에서 싹터 나오고 죽음은 이 형체가 없는 작용으로 다시돌아간다. 처음과 끝은 마치 둥근 고리와도 같이 서로 영원히되풀이 되어 그 끝을 알 수 없다.
「전자방」

니체에 의하면,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생겨나고 또한첫거된다. 장자에게도 처음과 끝은 마치 둥근 고리와도영원히간이 순환하고, 만물의 변화는 예로부터 영원히 진행한다. 여기에서 존재는 매순간 다시 시작되며, 복귀의 목적도 복귀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닌 ‘매순간‘ 의 창조에 있다.
겨울이 긴 북유럽이나 북미 지역에는 아이스 호텔이라는관광 사업이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조각가들이 여행자들을 위해 강가의 얼음으로 호텔을 만든다. 봄이 되면 이 호텔은 물이되어 본래 있던 곳인 강으로 되돌아가지만 다시 이듬해가 되면새로운 아이스 호텔이 세워진다. 매년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다른 ‘힘에의 의지‘에 의해 매번 다른 모양의 아이스 호텔이 만들어지고, 이 호텔은 봄과 함께 모두 자신의 근원지인 강으로 다시 흘러간다. 영어에서는 ‘끝‘을 의미하는 ‘End’와 ‘그리고‘라는 의미를 지닌 ‘And‘의 발음이 같다. 똑같은 소리값을 지니지만, 하나는 끝을 의미하고, 다른 것은 계속을 의미한다. 우주에ind‘이란 없다. 계속 이어지는 ‘그리고 And‘의 연속이다. 우주에서 만물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바뀔 뿐이다.

옛날의 진인眞人은 그 모습이 우뚝 솟아도 무너지는 일이 없고,
모자라는 듯하나 남에게서 무엇을 받는 일이 없고, 한가로이홀로 서 있지만 고집스럽지 않았다. 환한 웃음 기쁜 듯하고,
일은 어쩔 수 없을 때만 한다. 덕이 가득 차서 얼굴빛이밝게 빛나고, 한가로이 그 덕에 머문다. 넓어서 큰 듯하고,
초연하였으니 세상일에 얽매이지 않는다. 줄곧 입 다물기좋아하는 것 같고, 멍하니 할 말을 잊은 듯했다.
「대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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