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자라난다는 것은 어린 소년이 이미 커버렸다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럽고, 또 겨울이 가버렸다는 것만큼이나 서글픈 일입니다. 그렇지만 제 말을 오해하셔서는 안 됩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고독, 크고도 내밀한 고독뿐인 것입니다. 자기 안으로 들어가기, 그리고 한동안 누구와도 만나지 않기 이것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 어린 시절의 당신이 그러했듯 한껏 고독해지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눈에는 중요하고 대단하게 비칠 만한 여러 가지 일들에 어른들이 몰두하고 있을 때, 겉보기에는 그토록바쁘게 보이면서도 정작 자신들도 그게 정확히 무엇인가를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었던 것들에 어른들이 매진하고 있는 동안, 남겨진 아이가 느껴야 했을 바로 그 고독감 안으로 다시 한 번 뛰어드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사유하는 운명, 우리가 알 수 있는 운명…… 그렇습니다, 종종 우리는 이런 것들을 통해 강해지거나 확신을 얻으려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결국 바깥으로부터 우리를 들여다보는, 우리를 꿰뚫어 보는, 우리를 더는 홀로 내버려 두지 않는 운명 인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이른바 "눈먼 운명"에 매여 있다는 것, 그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자신의 고유한 시선에, 혹은 우리의 순수한 바라봄에 꼭 필요한 조건이됩니다. 우리의 운명이 "눈먼" 상태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우리는 이 세계가 자아내는 저 놀라운 먹먹함을, 다시 말해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우리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과 한층 내밀한 관계를 맺으며….
모든 생성하는 존재들에는 저마다의 법칙이 존재한다는그런 사실을 되새겨 보는 것이야말로 더없이 좋은 일일 것입니다. 이러한 법칙들은 결코 뒤늦게 발현되는 법이 없으며, 우리가 가볍게 지나쳤던 작은 돌멩이나 깃털들에서조차도 스스로를 증명하고 지켜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있을 것입니다. 모든 혼란스러움이나 잘못들은, 결국 우리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저 법칙을 알아보지 못함으로써 비롯되는 법이라고 말입니다. 아울러 그 해결은 우리가 사건들의 사슬 안에 파고들어, 그 기울어진 균형을 우리의 의지로써 되돌리고자 하는 집중과 진력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