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삶의 의미가 일순간 스쳐 가는 아름다움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해도(뭐가 더 있긴 한지 의문스럽지만요), 그걸로 족합니다. 빗물 속에서 첨벙대거나 바람과 싸우며 나아가는 시간, 햇빛을 받으며 눈길을산책하는 시간, 어둠 속으로 스러져 가는 저녁노을을 지켜보는 시간만으로도 삶을 사랑할 이유는 차고넘칩니다. 죽음더러 와 보라고 하세요. 그동안에 나는 사우스다코타의 자줏빛 언덕을, 저녁 하늘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반짝이는 별빛을 보았으니까요.

내가 본 바에 따르면 총체의 일부로 서로 협조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낙심하지 않습니다. 주차장에서 친구들과 공놀이나 하며 빈둥대는소위 ‘촌뜨기‘들이 외톨이 사상가들보다는 훨씬 행복하지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한 발 물러난 채 고립 속에서 퇴화해 가는 사람들 말입니다. 괴테는 이렇게 말했지요. "총체가 되거나 총체에 참여하라" 우리 자신을 살아 있는(단순히 이론적인 차원을 넘어서) 집단의 일부로 여긴다면 우리의 삶은 한층 충만해지고 어쩌면 더욱더 의미심장해질 겁니다.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 자아보다 더 크고 수명보다 오래가는 목적을 가져야합니다.

모건타운에서 피츠버그까지 가는 이 기차 안에는 함박웃음을 띠고 자기 아이와 놀아 주는 여자가 있습니다. 아, 도시의 불행한 지성인들이여! 당신네가 저여성보다 심오하다고 생각합니까? 총체의 일부에지나지 않으면서 다른 일부를 이해해 보겠다고 헛되이 애쓰는 소피스트 과학자여, 저 여성이 당신보다.
더욱 위대한 철학자라는 사실을 모르겠습니까? 그는 부분으로서의 자신을 잊고 총체 속에서 자신의자리를 찾아낸 것입니다.

나로 말하자면 -다른 여러 사람에게 제시했던 질문에나 역시도 직접 대답해 보고 싶거든요- 삶의 의미를 내 가족과 내 저술이라는 다소 협소한 범위에서 찾는 듯합니다. 더욱 거창한 대의에 공헌한다고 자랑할 수있다면 좋겠지만 말이지요. 내 활력은 자기중심주의와 이기적 이타주의에서 비롯됩니다. 갈채를 받고싶은 욕망, 내게 의존하는 사람들을 위한 열성적 헌신이지요

내 노력의 목적과 원동력은 무엇이냐고요? 주위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궁극적으로는 나보다 뛰어난 이들에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내 행복의 근거는? 내 집과 책들, 내 잉크와 펜이지요. 나 자신이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처럼 주변에가난과 고통이 활개 치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충분히 행복할 수 없지요. 하지만 나는 적어도 삶에 만족하며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고 있습니다. 내게가장 소중한 궁극적 가치는? 이 세상 모든 것입니다.
인간은 최대한 많은 쇠를 달구어 두어야 하거든요.
행복을 온전히 한 가지 근거에 내 아이들, 명성, 인기, 심지어 건강에도- 의지해서는 절대 안 되며, 반면 그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충분한 만족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지요. 설사 다른 모든 근거를 잃는다 해도 말입니다. 아마도 나의 궁극적 가치는 자연이라고 말해야겠군요. 내게 주어진 다른 모든 재능과 물질이사라진다고 해도 들판과 하늘만 있다면 나는 계속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적어도 그러길바라니까요). 만약 시력마저 잃게 된다면 나는 감미로운 소리의 집합에서 혹은 행복했던 어느 하루에 대한 시인의 회상에서 살아갈 용기를 구하겠지요

그러나 예전의 신앙이 나를 떠나갔고 이젠 어떤 정신적 위로도 주지 않는다 해도,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그 추억의 향기가 남아 있습니다. 꽃을 치운 후에도 그 잔향이 한동안 방 안에 떠돌듯이 말이지요. 이처럼 옛 신앙의 여운이 남아 있기에 나는 우리 세대의 대부분을 만족시켰던 조야한 기계론을 받아들이지못하고, 지금도 여전히 중세의 신앙에서 상징적 깊이를 발견하며 기뻐합니다. 어쩌면 계속 내 마음속에서 아우성치던 신앙이 종국에는 나의 회의를 깨뜨릴지도 모르고, 그러면 나는 위스망스와 체스터턴이갔던 길을 따르게 되겠지요. 내가 늙은 뒤에 쓴 글을읽을 때면 독자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겁니다.
지금 내게 불멸의 의미는 우리 모두가 총체의 일부, 생명이라는 몸을 이루는 세포라는 점입니다. 일부의죽음이 총체에 새로운 생명을 주며, 개체로서의 우리가 사라진다 해도 총체는 우리의 존재와 기여로 영구적 변화를 겪는 것이지요. 내게 신이란 제1원인*혹은 우리가 살고 움직이고 존재하게 만드는 모든 생명과 동력의 원천입니다. 또한 목적인 **이고 우리분투와 열망의 목표이자 실현이며, 현존하지 않지만언젠가는 존재할지 모를 아득한 완벽성이기도 하지요. 어쩌면 완전한 일체,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이들이 헌신했던 그 존재가 미래의 종교에서는 신이라 불릴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 모든 조언이 얼마나 헛되고 속물적인 것인지나 역시 잘 압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한다.
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요. 하지만 오셔서나와 한 시간만 함께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에게숲으로 난 오솔길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내가 가진책 속의 모든 논쟁보다도 그쪽이 당신을 만류하는 데더욱 효과적일 테니까요. 오셔서 내가 얼마나 어수룩한 낙관주의자인지 말해 주십시오. 내 논리를 실컷 공격하고 이 중간계를 마음껏 저주하십시오. 나는 당신이 말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겠습니다(당신의결론만 제외하고요). 그러고 나면 우리 함께 평화의빵을 나누어 먹읍시다.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 속에 우리의 젊음을 되살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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