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롬브로소의 답장
편지는 감사히 받아 보았습니다. 당신이 제시한 문제는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고민해 온 것들입니다.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대답은 사랑이야말로 존재의 진정한 이유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우리를 서로 묶어 줍니다. 마치 삶이 우리에게서 떠나간 자들과 우리 후손들을 묶어 주듯이 말이지요. 어린 시절 내 삶이 우리 아버지의 삶과 풀 수 없을 만큼 단단히 묶여 있다고 느꼈던 게 생생히 기억납니다. 나는 오직 아버지를 돕기 위해 태어난 거라고, 그분이 돌아가시면 나도 함께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나는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내 남편과 아이들에게 묶여 있었습니다. 그래요, 삶의 근본적인 이유는 사랑입니다. 그중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수월하지요.
어느 봄날이었지요 따스한 햇볕과 산들 바람이 학생들을 유혹해 수업에서 끌어내리려는듯한 날씨였어요. 산타야나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었습니다. 수강생들은 앉거나 느슨히 기대어 있었지만 하나같이 무관심한 태도였지요. 산타야나의 목소리가 차츰 잦아들었습니다. 그의 눈이 학생들을 죽 훑다가 마침내창밖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 한 그루에 멈추었지요. 나뭇잎은 작고 부드러우며 새로 난 잎답게 파릇파릇했습니다. 산타야나는 책을 덮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요. 그리고 일어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생 여러분, 봄입니다!" 그렇게 모자를 쓰고 나가서는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사실이길 바랍니다. 떠나간 그가자신만의 외골수 여정에 올라서 이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길 바랍니다. 그는 (아마도) 자신만의 불안 속에서 뭔가를, 아름다움과 완벽함을 규명해 줄그 무엇을 찾고 있겠지요. 그러한 탐색에 수반되는부단한 활동에서 자신만의 기쁨을 얻겠지요 (아마도요).
오언 C. 미들턴(뉴욕 싱싱교도소 종신형 죄수 79206번)의답장(1931. 6. 20)
어느 유명 작가이자 철학자가 해묵은 질문에 대한답을 구한다고 하더군요. 인생의 의미 혹은 가치는무엇인가 하는 질문 말이지요. 그 사람만큼이나 유명한 어느 출판사에서는 나에게 현재의 상태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물어 왔고요. 철학자에게 내가, 즉 종신형을 받고 감방 벽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 들려줄 수 있는 대답은 나에게 인생의 의미란 거대한 진리를 이해할 수 있는 나 자신의능력, 교훈을 배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그 능력 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한계는 존재하지 않아요. 한마디로 인생의 가치란 딱 그것을 쟁취하고활용하려는 나의 의지만큼인 것이지요. 출판사에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삶이란, 심지어감방 안에서도 바깥에 있는 사람의 삶만큼이나 흥미로우며 가치로울 수 있다고요. 그 자신의 인생철학이 건전하다고 믿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내 인생철학은 투박하며 진실만을 길잡이 삼는 단순한 믿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