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이것은 마치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와 마찬가지의 상태입니다. 시선은 사물과 결합되고자연과 한데 엮여 있으면서도, 손은 홀로 그 자신의 길을 따라 나아가고, 그러는 와중에 때로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거나 흔들리다가도, 이내 다시 기쁨에 젖어, 무언가를 바라보는 일 없이도 그저빛나고 있는 저 별들처럼 가만히 얼굴 아래로 깊이 가라앉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작업 방식은 항상 그러했습니다. 얼굴이 먼 곳을 향한 시선을 머금는 동안에도, 손은 그 자리에 홀로 남겨져 있는 것입니다. 사실 그래야만 한다고 말씀드리고도 싶습니다. 그렇게 할 때에야 저는 다시금 시간과 한데 어우러질 수 있을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저는 지금처럼 외로움 속에 지내야만 할 것이며, 저의 외로움은 말하자면 누군가의 발걸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또한 이제껏 누구의 발걸음도 허락해본 적 없는 숲과 같은, 그렇게 단단하고 확고한 무언가가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한 외로움은 자기가 가진 모든 특별함을, 모든 예외성을, 의무들을 잃어버려야만 합니다. 외로움이 곧 일상이되어야 함은 물론이며, 동시에 자연스럽고 반복적인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것이 설령 덧없기 그지없는 생각일지라도, 제게 다가오는 생각들은 언제나 저를 완전한 외톨이로 여길 수 있어야만하며, 그럴 때에야 그것들은 다시금 저를 믿게 될 것입니다.
어떤 유일한 것, 시급한 것이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자연에, 강한 무언가에, 노력하는 것에, 밝음에 절대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으로서 말입니다. 아울러 그것은 더없이 작은 것, 혹은 더없이 일상적인 것 안에서 어떤 순수한 전진을 실현하는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가 기쁘게 붙잡은 것들 속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먼 곳을 향한 우리의 모든 시선 속에서, 우리는 비단 지금의 이순간과 그 다음에 다가올 순간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들과 더불어 우리 안에 둥지를 틀고 있는 모든 지나간것들을 변화시키고, 그것들을 우리 안에 짜 넣으며, 그럼으로써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통의 생경한 형체를 풀어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마침내 알게 되는 것입니다. 저고통이 과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삶의 동력을 우리의 혈관 안에 흘려 넣었는가를!
왜냐하면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그 누구도 삶 속에서다른 이를 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번 갈등이나 혼란스러움을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 다시금 도달하게 됩니다. 인간은 혼자라는 사실 말입니다.
누구나 자기 안에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미래를, 자기만의 폭과자기의 세계를 품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훌륭한 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따금 자기 안에 존재하는 것, 다시 말해자기의 고유한 내면을 견뎌 내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은 우리가 보다 확고하게, 또는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편이 보다 온당할 것입니다. 완고하게 자기 자신만을 고집해야 할 그런 순간들 속에서, 스스로를 자기 바깥의 무언가와 결합시키려 할 때에 찾아오게 됩니다. 그럴 때면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사건들은 우리의 고유한 중심점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바깥의 낯선 것으로, 타인들에게로 옮아가 버리는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이것은 지극히 간단한 무게중심과 균형의 문제입니다. 그리고이런 상황에서는 오직 무거운(또는 어려운) 것만이 분명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법입니다.
부모에게서 삶을 배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들의 삶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경험들에는 우리가 그것을 겪어 내기 위한 저마다특별한 속도들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각자에게 알맞은 속도 이에서, 각각의 경험들은 비로소 새롭고 깊이 있는, 그리고 풍부한것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혜라는 것은, 결국 어러 상황들 속에서 그에 맞는 특별한 속도를 발견해 내는 능력이라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의도를 가지는 것만큼 도움의 손길을 방해하는것은 달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심들만큼이나 경솔한 것도 달리 없을 것입니다. 결심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동안 우리는 그만 지쳐버려서, 그것을실행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되어 버리고 마는 까닭입니다.
만약 삶의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다음의 두 가지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사물과 향기, 감정, 지나간 것들, 아침놀과 동경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위대한 멜로디이며, 둘째는 이 충만한 합창을 채워 주고 완성시키게 될 각각의 목소리들입니다. 아울러 하나의 예술작품을, 다시말해 보다 깊은 삶의 형상이나, 비단 지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어떤 초시간적인 경험의 상을 정초하고자 한다면, 모쪼록 다음의두 가지 음성을 올바른 관계 안에서 화합시킬 수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알맞은 때로부터 울려 나오는 하나의 음성과, 그 안에서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울려 나오는 또 하나의 음성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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