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의에서 제시하는 소설, 즉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을읽는 이유부터 얘기해 보죠. 저는 소설을 읽으면서 교훈을 얻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당대 비판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이 시대의 모습을 소설에 비춰 보는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삶은 어떻습니까? 사실 우리가 스스로사는 모습을 거리를 두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은 정도가아니라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요. 이런 점에서 적어도 제가 책, 특히 소설을 읽는 이유는 지금 우리 삶에 대해 물어보는 데 있습니다.

비평을 나타내는 영어riticism의 어원인 그리스어 크리티코스(kriticos)에는 분별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봐야 분별할 수 있어요. 예컨대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비판본이 쓰인다면 그가 남겨 놓은 상태로 다시 보겠다는 뜻이지 부정적으로 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주목할 것은 소설 읽기가 상당히 관습화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유학 가기 전까지 읽은 책이 소설밖에 없습니다. 제 사유 능력과 상상력은 다 소설 독서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 때문인지 저는소설이 점점 이상하게 기능화되는 점에 대한 분노가 많습니다. 책한 권을 어떻게 읽느냐 하는 것은 내 삶을 어떻게 보느냐 또는 우리 사회, 우리 문화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보는 방법이 회로화되어 버리면 뭘 보든 그 회로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다른영역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관점을 가질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경험하는 사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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