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의에서 제시하는 소설, 즉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을읽는 이유부터 얘기해 보죠. 저는 소설을 읽으면서 교훈을 얻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당대 비판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이 시대의 모습을 소설에 비춰 보는 겁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삶은 어떻습니까? 사실 우리가 스스로사는 모습을 거리를 두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은 정도가아니라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요. 이런 점에서 적어도 제가 책, 특히 소설을 읽는 이유는 지금 우리 삶에 대해 물어보는 데 있습니다.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주목할 것은 소설 읽기가 상당히 관습화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유학 가기 전까지 읽은 책이 소설밖에 없습니다. 제 사유 능력과 상상력은 다 소설 독서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 때문인지 저는소설이 점점 이상하게 기능화되는 점에 대한 분노가 많습니다. 책한 권을 어떻게 읽느냐 하는 것은 내 삶을 어떻게 보느냐 또는 우리 사회, 우리 문화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보는 방법이 회로화되어 버리면 뭘 보든 그 회로를 따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는 것은 곧 우리가 다른영역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관점을 가질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경험하는 사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