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응원해 주지 않았지만, 뒤라스는 자신이 걷고 싶은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나의 삶은 아주 일찍부터 너무 늦어 버렸다. 열여덟 살에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늦어 버렸다." 뒤라스의 삶이 늦어버린 이유는 나이 많은 중국 부호가 약혼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구애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방탕하고 무능한 큰오빠가 수시로 뒤라스를 때리고 파산한 어머니가 모든 불행의 원인이 딸에게 있는 듯 행동했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글을 쓰면서 뒤라스는 생물학적 나이를 완전히 뛰어넘는 경험을 한다. 그녀는 글을 쓰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았고, 자신이만들어 낸 이야기가 자기 삶이 되는 황홀한 체험을 했다.
내 인생에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났다.
60대 후반의 여성과 20대 남성의 사랑을 세상사람들은 함부로 이야기했지만, 정작 두 사람은 자신들의사랑에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했다. 무엇보다 뒤라스는 끝까지 글을 써 내려갔다.
뒤라스의 마지막 작품 『이게 다예요』는 글쓰기와 사랑만이 죽음의 반대말임을 알려 준다. 뒤라스가 병상에 누워 직접 쓸 수 없게 되자 그의 말을 얀이 대신 글로 정리했다. "난 삶을 사랑해. 비록 여기 이런 식의 삶일지라도." 식민지 베트남에서 태어난 가난한 프랑스 소녀는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글쓰기로 극복했다. 사랑을 감추지 않았고, 혁명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언제나 깊은 시선으로 인간을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