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나의 눈은 낮에는 사물을 허술히 보고
밤이면 가장 잘 보노라.
잘 때 나의 눈은 꿈속에서 그대를 알고,
눈은 감겼어도 빛 받아 어둠 속에서 밝은 존재로 향하게되노라.
그림자만이라도 어둠의 그늘을 빛나게 한다면,
그림자의 주인인 그대는 밝은 날에 더 밝은 빛을 가지고
얼마나 황홀한 모습을 보이리요,
보지 못하는 눈에게 그대의 그림자가 이렇게 찬란하노니!
대낮에 내 그대를 본다면,
내 눈은 또 얼마나 행복하리요.
한밤중 깊은 잠 속에 시력 없는 눈에도
불완전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자가 보인다면!
그대를 볼 때까지는 낮은 다 밤이요,
꿈에 그대를 본다면, 밤은 언제나 밝은 낮이로다.

그대가 나의 모자람을 보고 미간을 찌푸릴 때
그대의 사랑이 마지막 총액을 계산하고
심사숙고하여 청산을 요구할 때,
그대가 서먹서먹 내 곁을 지나고,
해님 같은 그대 눈이 내게 아무런 인사도 않을 때,
그런 때가 온다면, 그때를 대비하여 ,
또 사랑이 옛것과는 달리 변하여
움직일 수 없는 중대한 구실을 찾았을 때,
그때를 대비하여 내가 부족함을 인식하여
지금 여기서 나 자신을 방어하노라,
그대 편의 타당한 자유를 지지하고자
나 자신에 반대하여 손들어 증언하노라.
그대가 불쌍한 나를 저버리는 것은 법이 인정하는바이라
내가 사랑받겠노라 주장할 이유가 없나니,

53


그대의 실질은 무엇이며, 그대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느뇨?
수백만의 알지 못할 그림자들이 항상 그대를 모시도다.
누구나 사람마다 그림자 하나만 가졌는데,
그대는 홀로 여러 그림자를 던질 수 있어라.
아도니스를 그려 보라, 그 초상은
서투르게 그대와 비슷하리라.
o헬렌의 뺨에 모든 미술적 기교가 다 동원되더라도,
그대에게 그리스의 옷을 입혀 새로 그려 놓은 것에불과하리라. -봄을 말하고 풍년을 말하여 보라,
하나는 그대의 아름다운 그림자를 보이고,
또 하나는 그대의 은덕을 나타내리라.
그리고 우리는 축복 받은 모습 속에 그대를 인식하리로다.
우아한 모든 외모는 그대와 관련 있지만,
한결같은 마음, 아무도 그대 같지 않아라.

66

이 모든 것에 싫증이 나 내 죽음의 안식을 희구하노라.
재덕(才德)이 걸인(人)으로 태어난 것을 보고,
공허가 화려하게 성장한 것을 보고,
순진한신의(信義)는 불행히 기만당한 것을 보고,
찬란한 명예가 부끄럽게 잘못 주어진 것을 보고,
처녀의 정조가 무참히도 짓밟히는 것을 보고,
올바른 완성(完成)이 부당하게 욕을 당한 것을 보고,
강한 힘이 절름발이에 제어되어 무력화된 것을 보고,
예술이 권력 앞에 벙어리가 된 것을 보고,
바보가 박사인 양 기술자를 통제하는 것을 보고,
솔직한 진실이 잘못 불리는 것을 보고,
선한 포로가 악한 적장을 섬기는 것을 볼 때,
이 모든 것에 싫증이 나 나 죽고자 하노라,
죽는 것이 사랑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면,

70

그대가 비방 받는 것이 그대의 결점일 수는 없도다.
이는 아름다운 것이 언제나 비방의 표적이었기 때문이라.
혐의를 받음은 미의 자랑이라,
하늘의 가장 맑은 바람결을 까마귀는 나는도다.
따라서 그대가 선하다면 시대의 인기를 얻어
비방은 그대의 가치가 더 위대함을 증명하여 줄 뿐이로다.
나쁜 자벌레는 가장 어여쁜 꽃봉오리를 사랑하고,
그대는 순결한 한창 시절을 보이도다.
그대는 젊은 시절의 액운을 모면했어라.
타력을 받지 않았거나, 또는 습격을 물리친 승리자 되어서.
그러나 이렇게 받은 칭찬은 그대의 영예는 되려니와
영원히 커지는 시기심을 묶어 둘 만큼 크지는 못하도다.
만약 악한 시기심이 그대의 외모를 가리지만않는다면,
그대만이 여러 마음들의 영토를 소유케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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