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마이니치신문(每日新闻)의 독자란에 이제 그만 졸친(卒親)을 하겠다는 한 어머니의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그녀의 닉네임도 지친 엄마. 나이는 55세. 비슷한 세대여서제목만 봐도 끄덕거려졌다. 글의 요지는 이랬다.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양치질 습관을 들여 놓았더니 커서는 양치질도 하지 않는 성인으로, 매일 밤 책 읽어 주며,
독서 습관 들여 놓았더니 휴대전화 아니면 활자라고는 읽지 않는 성인으로, 학교 급식표를 붙여 놓고 메뉴 중복되지않도록 영양소 신경 쓰며 키웠더니 컵라면을 제일 좋아하는 성인으로, 환경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려고 환경 운동도 같이 했는데 방을 쓰레기장으로 해 놓고 사는 성인이란 자식을 보며 지친 엄마 님은 이제 그만 엄마를 졸업하게다고 졸친 선언을 했다.
졸친하는 길에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한마디하고 싶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노력이 전혀 열매 맺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걸 가르쳐 주어서 고~맙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의 갑 오브 갑‘이 자식이지 않을까.
하지만 자식도 제 뜻이란 걸 갖고 태어났으니 부모 뜻대로되지 않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뜻과 뜻이 일치하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충돌하니 꺾이든가 꺾든가 해야 한다.
정하가 중고등학교 때 이런 말을 종종 했다.
"나 같은 딸 만난 걸 고맙게 생각해. 착하지, 공부 잘하지,
개념 있지."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내 머릿속이 바삐 돌아간다. 이럴 때뭐라고 해야 교육에 좋을까. 내 마음의 소리를 그대로 하자면 "웃기시네" 이지만, 사임당을 지향하는 배운 사람으로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영혼 없는 교육용 멘트로 "맞아,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고맙다"라고 말한다. ‘지친 엄마 님의 ㄱ~ 맙다와 같은 느낌
...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자식은 내려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