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볼 때 이따금 나는 내 외모가 내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내 얼굴이 평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로스차일드만큼 부자라면 누가 내 얼굴을 문제로 삼겠는가? 휘파람만좀 불면 수천 명의 여자가 그들의 미모를 받쳐 들고곧장 내게로 달려올 것이 아니겠는가? (…) 어쩌면나는 아주 지력이 탁월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이마의 넓이가 일곱 뼘이나 된다고 하더라도, 이 넓은 세상에는 여덟 뼘의 이마를 가진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내가 로스차일드라면, 내 옆에있는 그 여덟 뼘의 이마를 가진 현인이 무슨 의미가있겠는가? (…) 말할 나위도 없이 돈은 절대적 위력을 지닌다. 그러나 또 한편 돈은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돈의 주요한 위력은 바로 그 점에 있다. 돈은 모든 불평등을평등하게 한다.(미성년)
어떻게 보면 나는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있다. 아니 내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고 말하는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 내게 필요한 것은 강한힘으로 얻어지는 것, 강한 힘 없이는 절대로 얻을 수없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고독하지만 내적인 안정이깃든 인식이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 인간이 그토록얻으려고 힘쓰는, 가장 완전한 의미의 자유의 정의인 것이다! (미성년)
.... 하인들에게 흔히말하는 태도가 참으로 흐 거들먹거리는 근성 같은 것은 조금도 없어보이는 거들먹거리는 근성 같은 것은 조금도 없었다. (...) 가장 중요한 점은 그러한 공손한 태도였어. (…) 그의 흠잡을 데 없는 그런 태도는 오만을 완전히 버림으로써 얻어진 것이었지. 그 정도가 되면 어떠한 처지에 있든, 어떠한 운명에 처하든, 자기 스스로 자신에 대해 흔들림 없는 확신과 같은 신념이 생길 것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바로 그 상황에서 자신을 존중하는 능력은 이 세상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것으로, 진정한 품위와 마찬가지로 정말로 귀한 것 이지." 하인 신분의 마까르가 얼마나 올곧고 품위가 있었는지귀족인 베르실로프가 그와의 만남을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건 베르실로프가 마까르의 아내를 빼앗아 돌고루끼를 낳았기 때문만이 아닌 마까르의 이 세상에서 아주 보기 드문 진정한 품위 때문이었다.
물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모두 마까르처럼품위를 갖출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루한데다 고되기까지한 일상은 사람의 몸과 정신에서 우아함을 앗아 가게 마련이다. 더욱이 마까르는 아내를 뺏긴 뒤 종교적 순례를 다니면서 자신의 품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때문에 누구나 그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하면 근본주의자나 다름없다. 하지만 베르실로프가 아닌 마까르에게 진정한 품위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내가 욕망하는 것들이 반드시중산층 이상의 부를 축적해야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된다. 종교 순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노력을 기울인다면 일정 수준까지는 내적 힘을 기를 수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만약 넉넉하고 성숙한 집안 문화 아래에서만 품위 있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대인 관계를 맺을수 있고, 자기 재능에 집중할 수 있는 인간이 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허세덩어리 귀족 베르실로프마저 이렇게인정하고 있다.
"대체로 그들(민중)은 우리보다 훨씬 자신의 문제를 잘 해결하는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더없이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자신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계속 할 수 있고, 또 그들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이질적인 환경 속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본래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지. 우리는 도저히 그럴 수가없지만, (….) 민중은 정신적으로나 정치적인 측면에서 위대한 생활력과 거대한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증명해 왔다."
오늘도 살아 보겠다고 꾸역꾸역 일터로 가는 모든 직업인, 온갖 집안일과 돌봄 노동으로 가족의 일상을 지켜 주는주부들, 고급 과외는 받지 못하지만 공부해 보겠다고 눈에불을 켠 평범한 집안의 자식 모두가, 설령 때로 꼬일 대로꼬여서 번민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처해 있는 바로 그 상황에서 자신을 존중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품위를 갖출 수 있다.
"너의 하늘이 청명하기를, 너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밝고 평화롭기를, 행복과 기쁨의 순간에 축복이너와 함께하기를! 너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어느 외로운 가슴에 행복과 기쁨을 주었으니까"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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