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스러움에 사무치는 때가 있다. 밥을 먹는 게 치욕스러울 수도 있고 잠을 자는 게 끔찍할 때도 있다.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게 치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견뎌야 한다. 그 치욕을 견디고 살아가야한다. 치욕을 견디고, 나아가 치욕의 힘으로 해야 할일이 있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더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소중한 것을더 잃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내 몸속 가득한 불행이 나를 둘러싼 불행의 기운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갈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과 만나는 일을피했다. 되도록 말을 주고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럴수록 더 깊은 불행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정말 고맙게도, 내 주변에는 나처럼어리석은 사람이 없었다. 불행이 전염병이 아니라는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들은 기꺼이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고 등을 토닥였다. 불행이 당신에게 옮겨 갈까 걱정스러워하는 눈빛을 할 때마다, 괜찮다고,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불행이 전염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불행에 빠진 사람과 대화하고 등을 토닥이고 함께 운다고 해서 불행이 전염되지 않는다.

어떤 침묵은 외면이겠지만, 어떤 침묵은 그 어떤위로보다도 따뜻하다.

돌이켜 보면, 나는 위로가 멀리서 내게 다가오는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절로 그것이 다가와야 한다고 믿었나보다. 내 아픔이크니까, 나는 여기 주저앉아 있으니까, 여기서 울고있으니까, 위로가 알아서 나를 찾아 곁으로 와주길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겉으로는 의연한 척, 괜찮아진척하며 속으로는 누가 나를 일으켜주길 바라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을 보며, 어쩌면 위로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일지도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위로에게 다가가고 내가 위로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은 내가 슬픈 이야기를 꺼낼 수 있를 만큼 괜찮아지기를, 그래서 준비해둔 위로를 건넬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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