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욕은 젊어서는 즐겨도 늙으면 식는다. 분노는 참으면 없어지 요하면 물러난다. 하지만 교만은 한번 마음에 들어오면 언제 어디서고 붙어다닌다. 몸이 늙어도 교만은 시들지 않는다.
如色慾則, 老則息, 如, 忍則去, 靜則知, 惟微一納於心志 焉, 身能老而傲不衰.

습정習靜은 고요함을 익힌다는 뜻이다.
침묵과 고요도 연습이 필요하다.
정신없이 세상에 흔들리는 사이,
정작 소중한 것들이 내 안에서 빛바래 간다.
침묵이 주는 힘, 고요함이 빚어내는 무늬를우리는 완전히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고요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고요함에 익숙해지자 헤아려 살피는 일도 심드렁하다. 마음 밭은 인연따라 흘러가도록 놓아둔다. 작위하지 않는다. 실없는 농담과 공연한 말이 싫다. 산자락 집 사립문은 대낮에도 굳게 잠겼다. 나는 나와의 대면이 더기쁘다. 나는 더 고요해지고 편안해지겠다.
이수광도 무제無題)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온종일 말도 없이 좌망坐忘에 들었자니
이렇게 지내는 일 홀로 즐김 넉넉하다.
몸을 움직이면서도 고요함을 익히니
담백하게 어디서건 참나가 드러나네..
坐忘終日一言無 長工程足 自娛身在動時猶習靜濟然隨地見真吾좌망은 나를 잊은 경계다. 말을 잊고 욕심을 거두자, 부지런히 움직여도 마음이 고요하다. 담담하게 때 없이 참나와 만난다.
이게 나고 이래야나다.

고요 익혀 지내자니 온갖 생각 재가 되고
찾아오는 사람 보면 문득 놀라 꺼려지에
산 스님 지팡이 짚고 어디서 오는 게요
사립문 밖 길 위 이끼 망가지게 생겼네..
習靜居萬念灰 若逢人到便驚淸山僧枚錫從何處破我柴門一逻苔

찾는 사람 아예 없어 문 앞 길에 이끼가 곱게 앉았다. 스님 오신 것이야환영하오만, 지팡이 눌러 짚어 이끼 망가질까 겁이 납니다. 살살 오시지요.
정약용이 이승훈李承薰(1756~1801)에게 보낸 답장에서 말했다.

요즘 고요함을 익히고 졸렬함을 기르니(習靜養世), 세간의 천만 가지즐겁고 득의한 일들이 모두 내 몸에 ‘안심하기安心下氣’ 네 글자가 있음만 못한 줄을 알겠습니다. 마음이 진실로 편안하고, 기운이 차분히 내려가자, 눈앞에 부딪히는 일들이 내 분수에 속한 일이 아님이 없더군요. 분하고 시기하며 강팍하고 흉포하던 감정도 점점 사그라듭니다. 눈은 이 때문에 밝아지고, 눈썹이 펴지며, 입술에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피가 잘 돌고 사지도 편안하지요. 이른바 여의치 않은 일이 있더라고모두 기뻐서 즐거워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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