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지난 수십 년간의 분투가 놀라울 따름이다. 학교에서배우지 않은 이야기가 책에 무수히 많았다. 그들이 들려주는 나와 우주에 관한 설명은 흥미진진했다. 아내가 나를 쫓아 다니지 않고 왜 내가 아내를 쫓아 다녔는지, 남자는 왜 이리 극단적인지, 나는 왜 숨어서섹스를 해왔는지, 내 선조의 오래된 고향이 아프리카 대륙이라는 걸어떻게 유전자 추적으로 알아냈는지 등등 모든 이야기가 전율에 가까웠다. 한마디로 과학은 나를 알 수 있는 보물창고였다. 인문학자들은늘상 ‘나와 만나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나는 과학책을 읽으며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사자와 톰슨가젤이 경쟁한다고 보는 게 ‘집단선택‘이다. 두 집단이 살아남기 위해 경쟁한다는 생각이다. 반면 개체 선택‘은 사자는 사자와, 톰슨가젤은 다른 톰슨가젤과 경쟁한다는 생각이다. TV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이 자주 보여주는 것은 사자와 톰슨가젤의 경쟁이다. 사자와 톰슨가젤이 경쟁하는 것일까? 이렇게 본다면 생존경쟁의본질을 놓친 것이다. 경쟁은 톰슨가젤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톰슨가젤에게 중요한 것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다른 톰슨가젤보다 빨리 달아날 수 있느냐이다. 사자보다 주력이 좋을 필요는 없다. 다른 톰슨가젤보다 빨리 달아날 수 있으면 사자는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는다. 우리가 다니는 직장에서의 경쟁도 비슷하다. 경쟁은 선후배간에 벌어지는게 아니라, 입사 동기들간에 벌어진다. 이렇게 개체끼리의 경쟁으로 보는 게 개체선택론‘이다. 유전자선택론‘은 개체 안에 있는 유전자에 주목한다. 톰슨가젤이라는 군체population의 유전자 풀aene pool에서 한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보다 개체를 빨리 달리게 만들면, 그 유전자는 유전자 풀에서 살아남게 된다.
사회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의 《소모되는 남자》에 흥미로운 설명이 있다. 그는 "남녀 차는 능력이 아닌 동기 유발에서 생긴다"라고 말한다. 남자는 여자에 비해 호승심好勝心이 강하고, 극단적이다. 호승심은 경쟁에서 남을 이기려는 마음이다. 남자가 지배 지위에 오른것은 호승심이 강해서라고 한다. 1991년 《개미와 공작으로 명성을 얻은 바 있는 다윈주의 철학자 헬레나 크로닌도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에서 같은 말을 한다.
"경쟁심이 있고,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심이 강하고,일에만 집중하고, 오직 그것밖에 모르고, 끝까지 참고 견디는 성향, 바로 그것이 성공을 만드는 차이이며, 이러한 성향은 평균적으로 남성이 더 많이 가진 성질들이다. 때로는 놀랍도록 많다." (과학의 최전선에서문학을 만나다 존 브록만 엮음 안인희 옮김 동녘사이언스)
"암수 사이에서 널리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차이는 누구를 배우자로 뽑는가에 대해 암컷이 수컷보다 신중하다는 것이다. .…… 한편 수컷은아무리 많은 암컷과 교미한다고 해도 부족하다. 수컷에게 ‘지나치다‘라는 말은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이상임 옮김 이처럼 남자의 성공과 실패는 극단적이다. 아니 남자는 극단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후손을 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이 F. 바우마이스터는 "남성은 여성보다극단적이며, 이 모습은 위아래 양극단에서 모두 나타난다. 사회 꼭대기뿐 아니라 밑바닥에도 남성이 더 많다.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에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지만, 교도소에도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라고 말한다. 바닥권에 여자보다 남자가 많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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