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그대로인데 다만 책을 읽는 나는 조금씩 바뀐다. 나아지 지는 못하더라도 달라지기는 하는 것 같다.
"주머니나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것은, 특히 불행한 시기에,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다른 세계를 넣고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오르한 파묵의 이야기처럼 가끔씩 책 속으로 도망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세상이 커다란 거울을 들이밀며 주름살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고, 나의 이력서는 이대로 지루하게 끝날 거라고 확인시켜주는 요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부고는 지나치게 건조해서 사망 일자와유족 명단, 연락 전화 정도가 전부이다. 그 사람이 춤을 잘 추었는지, 스파게티를 잘 만들었는지, 가족을 얼마나 사랑했는지에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방적이고 딱딱한 통지문에 불과하다. 어떻게 죽을지 생각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어떻게 살지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 의미다.
"우린 모두 계단 같은 존재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고 내려오고 하지만, 우린 모두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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