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해가 컸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폭염을 가장 잘 견뎌낸 지역 주민들과 같은 가치들을 중시했으며, 평상시건 유사시건 다른 이들을 도우려고 진심으로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차이점은 문화적인 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혹은 공동체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보다 중요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엥글우드 같은 지역에서는 조악한 사회적 인프라가 사람들의 교류를 억제했고 상호 지지를 방해했지만, 오번그레염 등에서는 사회적 인프라가 교류와 상호 지지 등을 북돋았다는 점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엥글우드 지역에서는 계속해서 인구가 감소한반면, 시카고에서 폭염 현상을 가장 잘 견뎌낸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가 거의 없었다. 1995년 오번그레섬 주민들은 걸어서 식당 ·공원·이발소·식료품점 등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동네 반상회와 교회 모임에도 참여했으며, 서로서로 알고 지냈다. 특별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그들이 사는 곳에서는 가벼운 교류가 일상적으로 자연스레 일어났다.
이 평범한 일상은 곧 폭염이 닥쳐왔을 당시, 사람들이 노인과 아픈 이웃의 문을 두드리며 서로가 괜찮은지 확인해보기 쉽게 만들었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울 때면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죠." 50년 가까이 오번그레셤에 거주한 베티 스완슨 Betty Swanson이 말했다. 심지어 폭염이 점점 더 빈번하고 심각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오번그레셤처럼사회적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에 살면 집집마다 에어컨을 갖춘 것과 별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