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과 절망의 순간에 빠진 사람들을 보았을 때 내가 그들에게 해줄 말은 이말 하나뿐이다. "공동묘지에 가서 20분만 걸어보라. 그러면 당신의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거의 가라앉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게 의사를 만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런 종류의 고통에는 약이 없다. 묘지 산책은 거의 자동적으로 삶에 대한 지혜를 가르쳐준다.
정수복, <파리의 장소들 >중 에밀 시오랑의 말
대개 서재에 있는 책들의 경우는 죽은 사람들이 쓴 글이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책은 그 사람들의 무덤이기도 합니다.
끝도 없이 그 사람들과 대화하고 가르침을 받고, 또 싸우기도 하면서 무덤 속에서 그사람들을 끄집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무덤이면서 동시에 다시 탄생하는 자리라는 느낌이, 제가 나이가 드니까 여실하게 느껴집니다.
- 황현산,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