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껏해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할 뿐이야.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들은 도무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판다의 마음속 상처를알지 못하면서 판다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순 없잖아. 세상의 폭력이 판다를그렇게 만든 거야. 몇 해 전 겨울, 내 친구 판다는 자신의 어린 새끼들을 모두 잃었어. 판다가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눈 위에 찍어놓은 판다의발자국을 쫓아 동굴까지 따라온 자들이 판다의 어린 새끼들을 모조리 잡아갔거든, 그해 겨울부터 판다는 눈이 내리면 나무 위로 올라가는 거야. 자신의 발자국을 눈 위에 남기지 않으려고……. 판다의 이상한 행동은 판다가 만든 게 아니라판다의 상처가 만든 거잖아…….…."
피터는 ‘나도 그 판다를 본 적 있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란토끼는 잠시 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피터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우리를 기쁘게 한 것들은 우리를 슬프게 할 수도 있다는 파란토끼의 말을 떠올릴때마다 분홍나비가 생각났다.
판다의 이상한 행동은 판다가 만든 게 아니라 판다의 상처가 만든 거라는 파란토끼의 말도 자꾸만 피터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밤하늘 가득 초록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강물 같은 거라고, 강물이 바다로 가는 동안 벼랑을 만나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를 만나기도 하고, 치욕을 만나기도 하고, 더러운 물을 만나기도 하지만, 바다로 가는 동안 강물은 일억 개의 별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고 엄마나 비는 말했었다. 엄마나비의 말을 생각할 때마다 피터는 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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