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내부에 한 그루 나무를 키우려 합니다. 숲이 아님은물론이고, 정정한 상록수가 못 됨도 사실입니다. 비옥한 토양도 못 되고 거두어 줄 손길도 창백합니다. 염천과 폭우, 엄동한설을 어떻게 견뎌 나갈지 아직은 걱정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
이 나무는 나의 내부에 심은 나무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가슴을 헤치고 외부를 향하여 가지 뻗어야 할 나무입니다.(「고성(古城)밑에서 띄우는 글, 사색18, 68)

무기징역을 시작하면서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동굴로들어서는 막막함에 좌절했습니다. 동굴의 길이는 얼마나 되는지, 동굴의 바닥은 어떤지, 그리고 동굴에는 어떤 유령들이 살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암담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차라리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우선 이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겠다는 체념이 마음을 편하게 했습니다. 일체의 망각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 마치 시체를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나는 것처럼 마음 편했습니다. 시골의 폐가가 소멸해 가는 풍경이 떠올랐습니다.[담론,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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