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 이 둘은 나란히 함께 간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작곡가들이 시에 선율을 붙이는 접근법에 매료된다. 올 한 해 존던, 프리드리히 실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폴 베를렌, 윌프레드 오언, 윌리엄 세익스피어,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많은 시를 들을 예정이다. 릴케의 시를 번역한 어느 번역가는 다음과 같이 적었 다. "장미 넝쿨이 릴케의 삶을 타고 오른다. 릴케가 장미 넝쿨을 떠받치는구조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미국의 현대 작곡가 모르텐 로리젠이 릴케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가 어떻게 이 독일 시인의 빛나는 시 구절을 음악에 담아냈을지 듣고 싶었다.
로리젠은 장미의 노래〉의 시 말해주오‘에 나오는 시구, 특히 "사랑 을 주고 돌려받지 못하는 상태"라는 릴케의 표현에서 크게 감동받았다고말한다.
로리젠이 이 시구에 붙인 선율은 달콤하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다 않은, 고요한 빛을 뿜는다. 그의 음악은 (최고의 가곡이 그렇듯이) 시에 부드러운 힘을 더해준다.

Quatuor pour la fin du temps5: Louange à l‘éternité de Jesusby Olivier Messiaen
영적 저항의 형식을 띤 음악을 또 한 곡 소개한다. 압도적인 감동에 꼼짝할 수 없는 작품이다.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은 이 곡을 쓸 당시 31세였고 전쟁 포로 신분이었다. 그는 1940년 프랑스 함락 당시 체드레스덴 동쪽 100여 킬로미터 지점에 있던 독일 수용소에 갇히게 되었다. 제8포로수용소 A동에 있던 동료 수감자 중에는 클라리넷 연주가 아리 아코카, 바이올린 연주자 장르 불레르, 그리고 첼로 연주자 에티에 파스키에가 있었다. 메시앙은 카를 에리히 브륄이라는 동정심 많은 독일군 경비병에게 종이와 작은 연필을 얻을 수 있었고, 상상하기조차 힘든어려운 상황에서 걸작으로 인정받는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곡은 익숙하지 않은 조합(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음색을 융합하고 음향의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메시앙이 수용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악기는 이것들뿐이었다. 1941년 1월 15일 저녁, 연주자들은 임시로 구한, 낡아서 음정도 제대로 맞지 않는 악기로 야외에서 이 곡을 초연했다. 비가 내렸고 바닥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그날 저녁 27호 막사 관객석에 있던 수감자는보고서마다 다르지만 대략 150명에서 400명 사이로 추정한다.
다양한 계급의 프랑스인, 독일인, 폴란드인, 체코인들이 전쟁 포로라는 뜻의 ‘K. G‘ 명찰이 붙은 허름한 수의를 입고 한데 모였다. 그중 누군가는 훗날 이렇게회상했다. "우리는 모두 형제였습니다."
메시앙은 종교적 믿음을 잃지 않았던 작곡가였고, 이 작품에도 구원의 언어와 정신이 담겨 있다. 내가 선택한 곡은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되는2악장 ‘예수 영원성에의 찬가‘다. 이 악장을 시작으로 작품을 모두 들어볼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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