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뒤뤼플레는 20세기에 살았던 조금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미술과 음악이 엄청난 변화를 겪었던 파리에서 성장했고, 입체파, 모더니즘, 무조 음악, 재즈의 발전을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하지만그는 새로운 방향을 따르거나 변화를 수용하지 않았다. 대다수 동시대인들과 달리 그는 청중을 자극하거나 충격을 안기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음악적 영감 대부분을 먼 과거에서 찾았다.
뒤뤼플레는 매우 독특한 음악을 작곡했다. 그의 작품은 수정같이 명료했는데, 이런 특징은 아주 적은 수의 작품만을 작곡하고 각각의 작품을몇 년씩 다듬은 덕분일 것이다. 그는 소년 합창단 시절부터 바흐, 하이든,모차르트, 그리고 같은 프랑스의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음악을 즐겨 노래했다. 무엇보다도 9세기에 시작된 서로마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무반주 노래인 그레고리오 성가의 순수함과 우아함에 탐닉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음악적 팔레트에 그레고리오 성가와 ‘단성 성가‘의 색깔을 섞었고,
이런 모습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작곡한 감명 깊은 레퀴엠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는 이 작품의 선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곡의 선율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장례식 미사에서 나온 주제만을 바탕으로했습니다. 때때로 선율을 뒷받침하거나 덧붙이는 오케스트라를 생략하면서 그레고리오 성가를 정확히 인용했죠. 다른 부분에서도 오케스트라 반주를 최소화하면서 단순한 자극 이상이 되지 않도록 주의했습니다. 오늘 듣는 빛나는 라틴어 모테트 ‘자비와 사랑이 있는 곳에‘의 기초도 그레고리오 성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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