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성찰하는 힘을 말한다. 이성찰이 실천으로, 이 실천이 공존의 가치로 이어진다. 모든 고뇌와 발견은 공감의 상상력이 된다. 공감하는 감수성만이 사랑을 발견하고 공존이라는 비전을 선택한다. 때문에 모든 공부의 정점은 글쓰기일 수밖에....

그때 김민정 씨를 만났다. 법대 졸업을 앞둔, 유달리영민한 눈빛을 가진 그녀는 고뇌하는 청춘이었다. 법을 공부하면서도 미디어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 까닭은 사람 만나는 일이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가 내 가슴에 아직도유리구슬처럼 반짝인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세상에 그만한 큰 소명이 있을까. 이후 편지를 나누며 민정 씨의 ‘감동벽이 훨씬 깊고 따뜻한 것임을 이해했다.
민정 씨의 진솔함에 끌려, 창간호부터 우리 둘은 편지를 시작했다. 30년 가까운 세대 차이가 있지만, 동시대를 함께하는 삶과 꿈은 서로 닮았고 서로 절실한 것들이었다. 세대 격차로 분리되는 게 아니라 시대를 함께 공유하고 함께책임지고자 고민했다.
이 책에 담긴 나눔들은 ‘인간이 고뇌하는 별‘임을 충실히 보여 준다. 극단적인 물질시대를 살아가지만 어떻게 서로를 격려하고 서로를 믿을 것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지키는건 무엇일까, 그 영성적 가치를 기억하고자 했다.

.... 내게는 사람이 곧 기적이었다. 인문학의 책임은 점점 무거웠지만,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사람에게서 배웠다. 사람들이 길이었다. 좋은 글이나 큰 풍경을 보면 꼭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일던, 민정 씨도 새 울음 가득한 오솔길이다. 살면서 서로 디딤돌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눈부신 기적인가..
이 책이 다가가는 모든 사람에게 말랑말랑한 식빵 같기를, 아무렇지 않게 낡은 서랍 속에 놓인 은빛 클립 같기를,
별거 아니지만 가까이 둘 수밖에 없는 특별한 선물 같기를,
무심히 마주 보고 서서 자라는 두 그루 나무 같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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