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말로 회개는 ‘메타노이아(uerávota)‘다. ‘메타노이아‘의 뜻은 ‘돌아서다‘이다. 이 말은 제 욕망이나 악함에서 벗어나 하느님께 돌아가는 삶의 변화를 가리킨다. 돌아서야 한다는 당위가 가능하려면, 먼저 빗나간 삶을 자각하는 게 필요하다.
구약의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떠나 불충의 시간을 보냈다고 자각하고 반성했다 (2열왕17,7-18). 예언자들은 날카롭고 직선적인 어투로 불충한 이스라엘 백성을 다그쳤고(에제 16장 참조), 하느님께 돌아오라며재촉했다(이사 30,15; 55,7; 예레 18, 11; 에제 18,30-32; 33, 11 참조).

빗나간 삶이 있다는 건, 돌아갈 본디 삶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회개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이 아니라 본디 모습을 복원하는 것이다. 새로운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묶여,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만을 되새기는 이들에게 회개는 자기계발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신앙인의 본디 모습은 인간의 본래 가치와 다르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수많은 철학자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규정한다. 어디로 튈지 몰라 무섭다는 중2 학생들도 사회생활의 원리로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 참여, 보조, 연대의 가치를 공부하고 실천한다.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한,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이 인간 됨의기본이다. 인간은 본래 서로 되돌아보고 함께하는 ‘회개의동물‘이다. 잘 살아야 하는 일은, 실은 같이 살아야 하는 일이고, 그것이 곧 인간의 일이다.

회개는 함께하고자 하는 이의 품 안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의탁하는 무모함이지, 자기 계산이나 계획에 따라 스스로의 변화에 감탄하는 업적쌓기가 아니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구원은 저 미래에 펼쳐질 무릉도원이 아니라, 태초에 만들어졌으나 역사의 흐름속에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일이다. 그러므로 제 삶을 단련시키고 제 삶의 처지에 민감한 의식을 갖는 건 회개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말하자면 제 삶이 혼자서 이루어질 수없다는 사실을, 나아갈 다른 세상이 있고 다른 존재가 있음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예민한 삶의 자세는 회개의 기본이다(히브 6,4-8; 1코린 2,24-2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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