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비자가 쇼핑가를 걸어가면서 상점의 진열대에 전시돼 있는고급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의 의식은 ‘너는 이 시계를 사야 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는 상점에 들어가 그 시계를 자세히 살펴본다. 손목밴드는 고급 악어가죽이고, 시계는 수제이며, 금으로 만들어졌다. 또다시 내면의 목소리가 말을 건넨다. 이 시계를 사!
그러면 동료와 친구들이 질투할 거야. 그리고 사람들은 네기세했다고 생각할 거야!‘ 손으로 들어보니 시계가 묵직하다. 그는 이 시계가 굉장히 특별한 물건이라고 느낀다. 가죽 손목밴드에서는 고급스러운 향이 난다. 그는 이 시계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져을 물어보니 470만 원입니다."라고 점원이 대답한다. 그의 행복감과 구매욕구에 제동이 걸린다. 그러자 또 다른 내면의 목소리가 이렇게 말한다. ‘너 완전히 정신이 나갔구나. 계좌에 400만 원밖에 없잖아. 자동차리스 할부도 아직 남아 있다고. 내면의 목소리들은 엎치락뒤치락하며계속해서 싸운다. 시계를 다시 들어본다. 그는 일단 시계의 수제 기술에매료됐다. 그리고 이 시계를 차고 골프클럽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감탄 어린 시선을 상상한다. 결국 그는 시계를 구매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그리고 그 후 며칠 동안 그는 급격한 감정의변화를 느낀다. 새로 산 시계를 행복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이 시계를구매한 게 과연 옳은 행동이었는지 계속 의심한다. 시계 구매를 이화해줄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찾는다. 똑같은 시계를 다른 상점에서는 130만 원이나 더 비싸게 파는 것을 봤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나서 의심은 멈춘다. 그는 시계를 구매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의식은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의식의 비용은 바로 에너지다. 뇌의 에너지 소비량은 상당하다. 특히 우리가 집중하거나 의식적으로 심사숙고할 때면 훨씬 더 증가한다. 이 경우 뇌는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소비하는데, 이는 우리 몸 전체에서 사용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 뇌가 의식을 잠시 꺼두고 자동 모드로작동한다면 뇌의 에너지 소비량은 5퍼센트로 줄어든다. 에너지를엄청나게 소비하는 집중적인 사고는 대부분 신피질에서 일어난다.
신피질은 인간의 뇌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위이며 에너지 소비가 가장 큰 곳이다. 작업하는 뇌는 작업하는 근육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뇌는 같은 양의 근육 덩어리보다 22 배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왜 중요한가? 진화의 법칙에 그 답이 숨어 있다. 쓸모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생물체는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절약한 에너지를 후세에 직간접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에너지를 비축해두면 그 힘을 활용해 안전한 곳을 찾아 머물 수 있게 되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위험한 먹이 사냥을 좀 더 미루어도 된다.
그렇다면 의식은 왜 필요할까? 의식은 우리가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것과 맞닥뜨렸을 때, 지적인 문제를 풀어야 할 때, 결정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해 변연계가 각종 경험과 여러 조언들을 불러올 때 활성화된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 뇌는 되도록 많은 것을 자동화하려고 한다.
반복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했던 모는 경험과 행동은 뇌에 저장된다. 그리고 이에 적합한 해결 신호가 오번, 프로그램은 자동으로 작동한다. 물론 이때도 의식에는 어떤 정보도 주지 않는다.

마케팅 및 광고 전문가는 회사, 제품, 브랜드의 인지도가 판매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인지도는 신뢰를 불러오고, 이를 통해 균형 시스템을 자극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과정이다. 부정적인 경험이 없을 경우, 고객의 머릿속에서 인지도가 높은 제품과 브랜드는 구매-자동-메모리에 저장된다. 소비자는 상품 진열대 앞을 지나갈 때 상품을 그냥 집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넣을 확률이 높다.

우리의 의식은 구매행위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그래서 뇌와 무의식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야기들을 꾸며낸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다니엘 베게너 Paniel Wegener와 막스 플랑크심리학 연구소장 볼프강 프린츠 Wolfgang Prinz 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내놓았다. 의식은 그 자체가 행동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나중에 행위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한다.4.17, 4.21 볼프강 프린츠는 이러한 현상을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것을 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하는것을 원한다."

소비자는 광고를 비롯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수많은 정보가 자신의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문제는 소비자의의식이 이 사실에 대해 아무것도, 진짜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것이다. 시장연구원이 소비자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소비자들은 본인 이 얼마나 신중하게 고민해서 이 제품을 의식적으로 구매했는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자신의 의식이 나중에 이 이야‘
기를 꾸며냈다는 것, 그리고 완전히 다른 논리로 무의식적 프로그램에복종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한다.

심리학자 바르크 Bargh, 첸 Chen, 버로우스 Burrows의 실험은 인간이 얼마나 외부 영향에 민감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연구원들은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학기 동안 2개의 강의실로 분산 배치했다. 한그룹은 노인들의 삶과 운동 억제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해야 했고, 다른 그룹은 반대로 청년들의 삶과 스포츠 활동에 대해 리포트를 작성해야 했다. 리포트 제출 후 대학생들은 강의실을 떠났다.
그들은 진짜 실험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몰랐다. 연구원들은대학생들의 움직임을 영상에 담았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인에 관해 리포트를 작성했던 그룹은 통로에서 마치 노인처럼 움직였고, 청년에 관해 리포트를 작성했던 그룹은 활기차고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두 그룹 중 누구도 자신의 행동 변화를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분명히 뇌는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인상을 처리해 행동으로 전환하는데, 이 과정은 의식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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