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씁쓸한 유머가 있다. "돔 뚜껑을 열면 마징가 제트가 튀어 나온다"는 말이다. 실제 그러기라도 했으면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베를린에서 폐허로 있던 옛 의회 건물을 복원해 통일 독일의 새 연방의회로 삼으면서 돔을 새로 만들었다. 유리로 말이다. 하늘로 열린 이 유리 돔은 회의장에 자연 채광을끌어들일 뿐 아니라, 돔 꼭대기로 올라간 시민들에게 회의장을 내려다보는 기회를 선물한다. 투명하고 언제나 국민에게 열려 있는 상징으로서의 의회 공간을 만듦으로써 통일 독일은 지향하는 정치 개념을 공간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 예가 되고 있다.
도시 공간 중에서도 권력 공간은 특히 우리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우리가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또는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지 우리 사회의 수준과 모순과지향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권력 공간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빼어 닮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권력인가, 권위인가? 두려움인가, 신뢰인가? 존경인가, 사랑인가? 하향식인가, 상향식인가? 소통인가, 지시인가? 권력의 축은 어떻게 움직이며, 눈에보이는 권력과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관계는 무엇인가? 어떤 공간이 건강한 권력 개념을 만드는가? 인간들이 모여 사는 한 불가피하게 등장하는 권력의 존재, 그 건강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