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가 재단까지 설립해가며 이런 도발적인 주장들을 펼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행보는 일종의 ‘무신론 운동‘을일으키려는 시도였다. 그는 "종교는 감히 비판해서는 안 될 무엇"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려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유신론적 종교를 박멸해야 할 ‘정신 바이러스‘라고규정하고 인류가 하루 빨리 그 망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복제만을 위해 인간 숙주를 무차별공격하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종교도 그 자체만을 위해 작동하는 정신 바이러스일 뿐이라며 새로운 유형의 무신론 운동을시작했다. 이른바 과학적 무신론 운동이다.
데닛은 그 누구보다 도킨스의 밈meme 이론을 발전시킨 학자이지만 종교에 대한 정신 바이러스 이론에는 다소 비판적이었다. 데닛은 《주문을 깨다Breaking the Spell)에서 도킨스가 종교밈의 무법자outlav적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비판하고 종교밈을 ‘야생밈wild-type meme‘과 ‘길들여진 밈domesticatedmeme’으로 구분한 후, 현대의 고등종교는 후자에 해당한다고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민속종교 같은 경우는 자신의 복제에만 열을 올리는 야생밈이지만, 현대의 고등종교는 경전·신교 · 교리문답 · 신학자 등과 같은 기구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길들여져 있는 밈이다. 즉,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야생의 소를 젖소로 길들였듯이, 우리는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 자신을 위해 민속종교 같은 야생밈을 고등종교로길들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