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도리어 누군가를 불리하게 만드는 간접차별indirect discrimination의 예들이다.
내가 유학을 한 학교에는 비영어권에서 온 학생들에게 입학 후 일정 기간 동안 시험시간을 더 주는 정책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시험시간이 1.5배 더 길게 주어졌다. 로스쿨이니 당연히 언어가 중요하지만 시험에서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영어 실력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마련된 정책이었다. 이 규칙 덕분에 비영어권 유학생이 영어 때문에 일찌감치 시험을 포기하거나 늘 가장 낮은 성적을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의 능력을 판단하는 많은 기준들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편향되어 있지 않은지 의심해봐야 한다.
취업에서 토익 점수의 요건은 어떤가? 청각장애인 외에는 문제없는 공정한 기준일까? 꼭 필요한 직무능력이 아닌데도 거의 대부분의 회사에서 높은 영어 성적을 요구함으로써, 영어 접근성이 좋은 사회계층 혹은 특정한 학력이나 학벌을 가진 사람을 유리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는 않은가?
능력주의 체계는 편향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간과한다. 사람은 누구나 개인적 경험, 사회·경제적 배경 등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 편향된 관점을 가지기 마련이다. 어떤 능력을 중요하게 볼 것인지, 그 능력을 어떤 방법으로 측정할 것인지와 같은 판단은 이미 편향이 작용된 결정이다. 이렇게 선택된 방식으로 능력을 측정할 때 출제자의 편향이 응시자 중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