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은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한다. 소위 명문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사람들은 단지 그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고정관념을 얻는다. 일종의 유리한 편견인데, 이것이 실제로 현실을 만든다. 일상적인 만남이나 각종 사회활동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게 호의적으로 다가가고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명문대학의 학생은 그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기회를 통해 성장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순환 고리 속에서 편견이 현실이 되고 현실이 다시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상대적으로 지방대생,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얻는다. 유리한 편견이 이익이 되듯이 불리한 편견은 불이익을 초래한다.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덜 우수하고, 덜 성실하고, 노력이 부족하며, 일을 잘 못할 것- 기대를 받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기대가 현실이 되곤 같다‘는 기대를 받는다

어빙 고프먼 Erving Goffinan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인 낙인 stigma 이 내면 화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사회가 부여한 낙인을 자신 안에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개인적인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굳이 타인들이 노골적으로 차별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하면서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차별적인 구조가 유지된다. 차별을 받는 걸 알면서도 스스로 부족이고 열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저항을 하지도 않는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일수록 그 선택은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니, 최대한 안전한 결과를 얻기 위해 가장 보수적인 선택을하기 마련이다.
켄지 요시노는 그의 책 『커버링 Covering에서, 손상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낙인이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자신을 포장하는 모습에 주목한다. ‘커버링‘ 이라는 말을 통해 그는, 소수자로서 완전한 주류가 되지 못하면서도 동화주의적으로 순응하도록 요구받는 삶의 압박을 이야기한다.
차별이 없는 상태에서도 사람들은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까?
고정관념과 편견이 없는 사회에서 자랐어도 우리의 관심과 적성이 정말 현재와 같았을까?

우리의 생각이 시야에 갇힌다. 억압받는 사람은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구조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불행이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별과 싸우기보다 "어쩔 수 없다며 감수한다. 유리한 지위에 있다면 억압을 느낄 기회가 더 적고 시야는 더 제한된다.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하다" "불평이 많다"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며상대에게 그 비난을 돌리곤 한다. 그래서의심이 필요하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차별과 상관없는가?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필요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지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 시야가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견할 기회이다. 그 성찰의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그저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며 차별에 가담하게 될 것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평등도 저절로 오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