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많은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당하는 차별을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예전 직장 사무실에 있던 명패 같은 것 말이다.
다시 나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나의 사무실 문에는보라색 종이를 코팅한 명패가 붙어 있었다. 정규직 직원 사무실 문에 붙어 있던 명패는 나무색 판에 흰색 글씨였다. 2년 반쯤 지나 정규직이었던 한 동료에게 이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는 명패가 다르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보이지않는 이 사소한 차이가 나에게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문을 열고들락거리는 매 순간 나의 신분을 각인시켜주는 주홍글씨 같았다.
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이게 어떻게된 걸까?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내가 차별을 당할 때가 있다면, 할때도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