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물을 수 있다. 왜 시에 대해 굳이 시간을 할애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냐고. 나는 지금 시를 특별대우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시가 평범해졌으면 좋겠다.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시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드물지만 그런 자리가 마련될 때가 있다. 본격적이지 않아도 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때가, 당당하진 않아도 자신이 쓰고 외운 시를 사람들 앞에서 읽고 공유할 때가, 전부는 아니라도 비밀의 일부를 서로에게 드러낼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시가 직업이기에 앞서 하나의 독특한 언어활동, 언어적 쓸모와 경험을 확장하는 소통 양식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은 다른 모습, 조금은 경이롭고 매혹적이고 근사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시인은 없어져도 시 쓰는 사람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니체의 말처럼 우리 안에 우리를 넘어선 존재가 숨어 있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