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덴티티라는 것은 몇 개의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거짓이냐는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오늘날에는 ‘부동不動의 나’ 또는 ‘확고한 아이덴티티’라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만큼 불확실한 시대도 없었으니까요.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것을 간절히 바라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확실한 안정을 얻는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 결과 자신이 안고 있는 불안이나 울분이 부정적 에너지가 되어 타자에게 분출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놈은 형편없어, 저놈보다는 내가 나아’라는 말을 하면서 남들보다 강해지려는 것입니다. 이는 요즘 시대가 안고 있는 큰 문제입니다.
—『도쿄 산책자』 2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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