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 자리에 있을 사람에게 "결국 수다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은 우리가 대부분의 대화를 정해진 목표를 수행하는 일, 준비된 메시지를 옮기는 과업에 종속시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날의 수다에 참여한 누군가는 "항상 목표가 분명한 말을 하다보니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즐거운 수다에 참여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른다. 말의 양도 양이지만 대화의 중간에 "어……" "글쎄……" "흠……" 등으로 표현되는 멈춤과 헤맴의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러시아문학 연구자 김수환은 자신을 기쁘게 하는 대화에는 "머뭇거림이 있는 말"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런 말은 얼굴을 마주한 사람 앞에서, 바로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생각나고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