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왜 나 자신을 그렇게 비판해야 하지? 나는 그냥나야 그러니 사태를 내 마음대로 느낄 자유가 있는 게 아닐까? 평생 처음으로 ‘자아‘가 분열되는 듯했다. 나는 이런 이중적인 면을 발견하고 몹시 놀랐다. 나는 그럴싸한 변명거리를 찾아내 나 자신에게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그런 내가 진실한 나라고 설득했다. 다음 순간 갑자기 다른 ‘나’가 솟아올랐다. 그 다른 ‘나는 조금 전 나 자신의 논거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겉으로는 모두 타당해 보이지만 사실은 착각이라고 외쳐댔다. 그런데 사실 나를 속인 것은 이이 다른 나가 아닐까? 그런 통찰이야말로 가장 지독한 잘못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