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림자라고 해서 모두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1886)의 경우처럼악의 원천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예술가들의 ‘창조의 원천‘에는 대부분 그림자 문제가 연루되어 있다. 그림자를 창조적인 예술의 영감으로 승화시킨 예술가들이 바로 베토벤, 고흐, 카프카Franz Kafka 같은 사람들이다.
가끔 내 안의 낯선 그림자가 갑자기 튀어나올 때가 있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때다. 어디서 그런 분노가 숨어 있었는지 깜짝 놀라 내 기억을 샅샅이 뒤지기도 한다. 융 심리학에서는 이런 순간을 그림자와의 대면이라고 한다. 자신이 인정하기 싫은 어둡고 열등한 측면 즉 그림자와 만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희열도 깃든다. ‘내가 이것 때문에 그토록 힘들었구나‘ 하는 깨달음도 공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