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계는 현실의 고통을 감수하는 어른들의 세계다.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환상이 깨진 자리에서 더욱 성숙한 사랑은 시작된다. 인어공주가 인간이 되기 위해 감수하는 고통,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발바닥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견디는 것이 바로 상징계의 사랑이다.
실재계는 인간의 무의식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만 도달할 수 있는 세계다. 안데르센 원작 <인어공주>에서 왕자가 다른 여인과 결혼해버려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게 된 인어공주가 왕자를 죽이면 자신은 살 수 있음에도, 왕자를 살려내고 자신은 물거품이 되는 길을 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실재계의 감동이다.
물거품이 돼버린 인어공주는 더 이상 이 세상, 상징계에 속할 수 없지만, 인류의 집단무의식 속에서 생이 끝나도 계속되는 진정한 사랑의 상징으로서 영원히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