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구매대행으로 평생 돈벌기 - n잡러시대 부캐로 방구석에서 투잡하기
이준열.기대원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시대의 씁쓸한 풍경은 소득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름도 알 수 없는 옆집의 누구와 비교만 하지 않는다면 그러거나 말거나 전과 다름없이 평화로운 날들을 보낼 수 있겠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게 어디 그런가. 콕 집어 밝힐 수 없는 옆집 누군가의 소득이 마치 불로소득처럼 여겨지는 순간, 내게로 올 택배가 옆집 누군가에게 잘못 배달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현대인의 불면증은 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내게 배달되었어야 마땅한 돈다발이, 혹은 금거북이 얼굴도 모르는 옆집의 누군가에게 배달되었으니 속이 뒤틀리고 밤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 나간 금거북을 무작정 손 놓고 기다린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직성이 풀릴 것이니 나는 결국 'n잡러'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n잡이란 다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영어 'job'의 합성어로, 본래의 직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n개의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n잡은 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화두인 파이어족(조기 은퇴족), 디지털 노마드, 부캐 등의 키워드와 맞물려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듯합니다."  (p.8 '프롤로그' 중에서)


이준열·기대원이 쓴 <해외구매대행으로 평생 돈 벌기>를 읽었던 건 어쩌면 코로나 시대의 소득 양극화에 따른 부작용이었는지도 모른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말하자면 욕심이 만들어 낸 가상의 돈다발 혹은 꿈속에서나 보았음직한 금빛 영롱한 금거북이에 대한 지나친 애착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다른 이유도 하나 있기는 하다. 얼마 전 모 제약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해외에서 오메가3 제품을 수입하여 팔기 시작했는데, 그때 이 친구의 말이 귀에 솔깃했었다. 싸고 좋은 제품을 수입하여 소위 대박을 치면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라는 게 요지였다. 나는 마치 옆집에 잘못 배송된 금거북이를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처음 해외구매대행 사업을 하는 초보자가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이 싸고 좋은 제품을 찾아서 쇼핑몰에 올리겠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보는 제품들이 예쁜 데다 저렴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제품 팔면 100% 팔리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제품을 한국에 소싱한다 해도 판매할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먼저 좋은 제품을 찾고 한국에 판매하는 것은 경험이 쌓인 후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p.38)


그렇다. 나는 해외구매대행의 ABC도 모르는 완전 초보라는 사실을 책을 읽는 내내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하나 다행인 것은 책을 쓴 두 명의 저자가 나와 같은 초보자들을 위해 매우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Chapter 1 해외 구매대행이란?, Chapter 2 직구하는 방법 및 배송대행지 가입하기, Chapter 3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준비절차, Chapter 4 마진을 높여주는 제품 수익구조 분석작업, Chapter 5 제품 이미지 및 동영상 구해오기(프로그램 정보), Chapter 6 잘 팔리는 상품 찾기, Chapter 7스마트스토어에 제품 등록-직접 따라 하기, Chapter 8 광고 및 간단한 마케팅 방법, Chapter 9 판매 후 제품 전달 과정, Chapter 10 제품 전달 후 CS 처리 방법, Chapter 11 그 외 마케팅 기법 및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의 11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책을 펼치는 순간 저자의 꼼꼼함에 놀라게 된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하여 아마존의 해외상품을 국내에서 쇼핑하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 마당에 해외 구매대행이 뭔 돈이 될까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팔고자 하는 상품이 수도 없이 많고, 그 많은 상품 중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흙 속의 진주도 있게 마련, 결국 잃어버린(혹은 잘못 배송되었다고 생각하는) 금거북이를 나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끊임없는 공부와 열정뿐이라는 걸 책을 읽은 나의 소감으로 가름하고자 한다.


"해외구매대행의 가장 큰 단점은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것입니다. 판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투입되는 시간이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업의 경우 시스템을 갖추는 단계가 지나 구축이 된다면 판매량 혹은 매출액이 늘어남에 따라 투입되어야 하는 시간이 매출이 별로 생기지 않을 때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p.2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거 수십 년 동안 보수정권과 군사정권이 지배하면서 대한민국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시킨 단 하나의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것. 그러다 보니 논리를 따져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고, 각자의 주장만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벌어지곤 했지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건 교통사고의 현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뒤에서 앞차를 추돌한 일방적인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차에서 내릴 때는 언제나 한껏 목소리를 높이곤 했지요. 운전을 뭐 그 따위로 하느냐는 둥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둥 엄포와 협박은 일상이었습니다.


목소리를 높이는 건 경찰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는 기본이었고, 경찰이나 상대방을 향해 "너희들 다 죽을 줄 알아.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말이야. 두고 봐! 가만 두지 않겠어." 하는 식의 엄포성 발언은 끝도 없이 이어졌지요. 그런데 웃기는 건 이런 게 먹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국 목소리를 높였던 놈은 이런저런 연줄을 통해 무죄로 석방되기 일쑤였고, 엄한 사람만 죄를 뒤집어쓰곤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곳곳에 cctv가 달렸음은 물론 시민들의 제보나 증언 역시 아무런 대가 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메이저 언론이 이를 다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튜브를 통한 개인 언론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갑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애써 부인하거나 변화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윤 전 검찰총장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던 건 저뿐만이 아니었던 듯합니다.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어떠한 해명이나 증거 자료도 내놓지 못한 채 '내가 그렇게 무섭냐?'며 윽박지르는가 하면,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가 인터넷 매체라서 신뢰할 수 없다는 식의 극히 비이성적인 언론관을 내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시대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소위 대깨윤-나는 이런 말을 싫어하지만-이라고 하던데) 역시 과거 그 시절의 향수에 젖어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부정한다고 해서 그 시절이 반복되지는 않겠지요. '목소리 큰 놈'이 이기던 시대는 아주 오래 전 과거라는 사실을 그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뼈저리게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정으로 가는 첫걸음이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당연한 일이지만 낮이 많이 짧아졌다. 아침에 일어나 산행길에 나설 때면 어둑어둑한 등산로와 고즈넉한 숲을 만나게 된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5시 30분이면 대낮처럼 환하던 길이 벌써 이렇게 변했나 싶은 게 불현듯 세월의 속도를 실감케 된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랜턴 없이는 길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그렇게 또 한 해를 보내고 맥없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걸 생각하면 왠지 우울해진다.

 

윤 전 검찰총장의 여권 정치인 형사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의 기사로 인한 정치권 파장이 심상치 않은 듯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4월 3일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미통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자였던 김웅 의원에게 유시민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3명과 언론사 관계자 7명, 성명미상자 등 총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고 김웅 의원은 이를 당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고발장에 고발인란은 빈칸으로 남아 있었고, 명예훼손의 피해자는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한동훈 검사장 등 3명이었다는 게 보도 내용의 골자다.

 

말하자면 수사의 주체인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이 자신들의 피해를 직접 고소하기는 좀 낯 뜨거운 면이 없지 않으니 제삼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고발장을 대신 접수케 하고 이에 대하여 자신들이 직접 수사하겠다는 것인데 쓰리 쿠션 수사라고나 할까. 아무튼 국민들 보기에 이래저래 볼썽사나운 건 사실이다. 그런 까닭인지 윤 전 총장을 지지하던 사람들 중 대다수가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를테면 반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중도에 사퇴하거나 불미스러운 일로 탈락하지나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 전 총장의 흠집이 너무 많은 데 비해 토론이나 다른 방식을 통해 검증되거나 해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윤 전 총장의 완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기게 되었고 당내의 경쟁 주자인 홍준표 후보에게로 지지세가 옮아가는 건 당연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오늘은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인 백로. 이맘때부터 밤에 기온이 떨어져 풀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는 것인데, 윤 전 총장도 이제는 조금쯤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판이 얼마나 비정하며, 자신이 주장하던 '공정'이 얼마나 허망한 구호였던가를... 혹여라도 그는 '공정'이 공작정치의 줄임말로 잘못 알고 있었던 건 아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황경신 지음, 김원 사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활이 차곡차곡 쌓이는 특별하지 않은 주말 오후. 삶을 재촉하는 잰걸음의 속도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것인지 가을의 초입에 설 때마다 나는 한 해의 끝을 향해 한달음에 달려갈 것만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그럴 때는 늘 허둥지둥 갈피를 잡지 못하고 괜한 일에 에너지를 소진하게 됩니다. 푸른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힌 채 가을의 고독과 쓸쓸함과 삶의 허무를 한껏 받아들이는 까닭에 애상 과잉의 상태에 빠져버리는 듯합니다. 술에 취하는 게 아니라 슬픔에 취한 느낌이지요. 한 계절이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내 마음에도 계절이 있어

바람 불면 쓸쓸한 잎을 떨어뜨리고

작은 오솔길 따라 걸어간

오래전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지

단단한 공처럼 차가운 공기

여린 호흡을 얼어붙게 하는 한밤의 서리

그리워도 그리워도 여름은 지나갔으니

이제 침묵 같은 기다림만 남았는 (p.165 '여름은 지나갔으니' 중에서)

 

고독이 구석구석 먼지처럼 쌓이는 숙소의 휑한 공간에서 나는 황경신 작가의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를 읽었습니다. 빈 공간으로 꾸역꾸역 어둠이 밀려들고, 농밀한 침묵이 처진 어깨를 더욱 짓누릅니다. 우리는 언제나 고독을 통해 그리움을 배우고, 이별을 통해 사랑을 배우는 것처럼 작가 역시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처럼 아름다운 글들을 자연스레 쓸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대라는 허공에 편지를 쓰듯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는 일이 수천, 수만 번 반복되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작가처럼 순한 글 한 편쯤 쓸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렇게 대책 없는 희망을 안고 특정할 수 없는 날을 기약합니다.

 

이 경우에

세월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굳은살이 박히고 툭, 툭 갈라진

거칠고 무심한 세월로는 막을 수 없다

둑을 무너뜨리고 바다로 달려가는

세찬 물줄기처럼 치명적인

사랑이라 하기에는 너무 차가운

메마르고 단단한 그 무엇에

마음을 묶인 채 살아가야 하는

 

당신과 나의 경우에는

(p.257 '당신과 나의 경우에는')

 

김원 작가가 찍은 사진 몇 장을 황경신 작가에게 후보로 건네면 그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라 황경신 작가가 글을 입혔다는 뒷얘기 때문인지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글과 사진의 끈끈한 인연에 눈길이 가곤 합니다. 우리가 보는 풍경에도 영혼이 있다는 걸 말하려는 듯 작가는 한 컷의 사진에 영혼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우러진 글과 사진이 마음 저 밑바닥으로 녹아들 때, 나는 마치 멈추어진 시간 속으로 혹은 농밀한 침묵 속으로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이 글에 서둘러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나는 가을의 적막 속으로, 겨울의 침묵 속으로, 봄의 무심함 속으로, 또다른 여름의 난폭함 속으로 내몰릴 것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그 또한 지나갈 것이며, 더불어, 당연하게도, 그냥 그렇게 지나가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미셸 슈나이더의 말을 빌자면, '무언가가 완성되면서 사라지는' 순간이고 삶이고 영원이다."  (p.272~p.273 '에필로그' 중에서)

 

시나브로 가을입니다. 나는 다시 허둥대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고, 야속한 시간들은 서둘러 끝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매 순간의 삶에는 나도 모르는 매듭이 있고, 총체적인 결말이 존재하며, 누군가에게 주는 일말의 감동이 있음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역시 그런 아주 작은 의미들로 순간순간이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황경신 작가가 쓴 '영혼시' 역시 그런 순간들의 기록이기에 나는 작게나마 감동하고, 때론 하늘을 우러르고 먼 산을 바라보며 까르르 웃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 가을의 기억은 그렇게 화석처럼 굳어가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특정 직위에 부여되는 권위로 인해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이 누구든 직위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변하게 마련이라는 뜻일 게다. 말하자면 '지위가 매너를 바꾼다'(Office changes manners)는 의미일 텐데 이와 같은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막내 사원일 때는 그렇게 촌스럽고 속된 말로 찌질해 보이기까지 했던 사람도 짬밥이 쌓여 승진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그에게도 한 부서를 책임질 수 있는 노련함과 경륜에서 오는 권위가 몸 곳곳에서 폴폴 풍겨오는 것이다.

 

'세대교체 주역'으로 화려하게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보면 확실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국회의원을 경험하지 못한 찌질한 정치인이었던 그는 웬만한 방송사의 패널로 초청되는 걸 큰 영광으로 여기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방송사 곳곳에 등장하여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되자 그는 이제 미리 약속된 방송 출연마저 제멋대로 펑크를 내는 안하무인의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녹화방송이 아닌 생방송을 말이다.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하기로 했던 그는 생방송을 단 40여 분 앞둔 시점에 출연 거부를 최종 통보했고, 방송 공백에 대해 '동물의 왕국'이나 틀면 된다고 답했다고 하니 그의 놀라운 변화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사람은 특정 지위에 주어지는 권위에 의해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본심이 어떤 권위가 주어짐으로써 자유롭게 표출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꾹꾹 누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본심이 특정 지위에 오름으로써 자유롭게 분출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 자체가 변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본모습이 나온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는 신중해야만 한다.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 120시간에 달하는 노동과 불량식품 섭취 발언 등 자신의 본심을 가감없이 표출한 어느 후보의 모습은 순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지 않고 미리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약 6개월,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철저한 검증을 통해 후보자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