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이지만 낮이 많이 짧아졌다. 아침에 일어나 산행길에 나설 때면 어둑어둑한 등산로와 고즈넉한 숲을 만나게 된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5시 30분이면 대낮처럼 환하던 길이 벌써 이렇게 변했나 싶은 게 불현듯 세월의 속도를 실감케 된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랜턴 없이는 길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그렇게 또 한 해를 보내고 맥없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걸 생각하면 왠지 우울해진다.

 

윤 전 검찰총장의 여권 정치인 형사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의 기사로 인한 정치권 파장이 심상치 않은 듯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4월 3일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미통당 송파갑 국회의원 후보자였던 김웅 의원에게 유시민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3명과 언론사 관계자 7명, 성명미상자 등 총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고 김웅 의원은 이를 당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고발장에 고발인란은 빈칸으로 남아 있었고, 명예훼손의 피해자는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한동훈 검사장 등 3명이었다는 게 보도 내용의 골자다.

 

말하자면 수사의 주체인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이 자신들의 피해를 직접 고소하기는 좀 낯 뜨거운 면이 없지 않으니 제삼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고발장을 대신 접수케 하고 이에 대하여 자신들이 직접 수사하겠다는 것인데 쓰리 쿠션 수사라고나 할까. 아무튼 국민들 보기에 이래저래 볼썽사나운 건 사실이다. 그런 까닭인지 윤 전 총장을 지지하던 사람들 중 대다수가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를테면 반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중도에 사퇴하거나 불미스러운 일로 탈락하지나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 전 총장의 흠집이 너무 많은 데 비해 토론이나 다른 방식을 통해 검증되거나 해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윤 전 총장의 완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기게 되었고 당내의 경쟁 주자인 홍준표 후보에게로 지지세가 옮아가는 건 당연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오늘은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인 백로. 이맘때부터 밤에 기온이 떨어져 풀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는 것인데, 윤 전 총장도 이제는 조금쯤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판이 얼마나 비정하며, 자신이 주장하던 '공정'이 얼마나 허망한 구호였던가를... 혹여라도 그는 '공정'이 공작정치의 줄임말로 잘못 알고 있었던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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