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귀신들 - 대한민국 수재 2,000명이 말하는 절대 공부법
구맹회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한민국에서 공부만큼 중요한 화두가 또 있을까 싶다. 예나 지금이나 세 사람 이상 만나면 대화의 주제는 온통 아이의 교육과 공부에 쏠리게 되니 말이다. 부와 권력이 개개인의 학창 시절 성적에 의해 분배되던 산업사회의 기억이 사람들 뇌리에 깊이 각인된 까닭도 있겠지만 인구는 많고 먹을 건 부족했던 시절의 치열했던 경쟁이 세대를 이어 지금껏 전해지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일 년에 두세 번 모이는 명절이면 공부 잘하느냐는 말이 인사처럼 쓰이기도 하고, 각 방송사마다 명절에 쓰지 않아야 할 말 일 순위에 오르곤 하는 이 말을 우리는 습관처럼 달고 살기도 한다.

 

공부라면 나는 꽤나 할 말이 많은 사람 축에 속한다. 대한민국 국민치고 공부에 대해 한두 마디 하지 못할 사람이 없겠지만 가난하고 형제도 많은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로서는 공부만큼 간절한 것도 없었기에 다른 사람에 비해 각별한 느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로부터 막상 공부 요령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요청받는다면 영 자신이 없다. 나의 경험을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을 수는 있어도 체계적인 공부 노하우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구맹회의 <공부 귀신들>을 꼼꼼히 읽어보았다. 공무원 시험이라도 다시 볼 생각이냐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했다. 크게 관련도 없어 보이는 공부에 관한 책을 마치 수험서 공부하듯이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다른 때 같으면 나도 이런 종류의 책은 목차만 대충 보고 책장을 건성건성 넘기고 말았을 테지만 곧 중3이 되는 아들도 있고 지금껏 단 한 번도 공부에 대해 체계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책으로나마 한 번쯤 정리를 해보자는 속셈도 있었다.

 

"이 책에는 머릿속의 눈을 비롯해 지난 30년 동안 2,000명의 공부귀신들이 성적을 올린 공부법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공부법은 나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론이 아니다. 2,000명이 넘는 공부귀신들이 직접 실천하면서 효과를 입증한 검증된 공부법이다. 암기, 이해, 반복, 핵심 과목, 시간 관리, 자기 주도, 시험 공략, 자기 관리 등 공부귀신들의 비결을 배우고 익히면 누구나 공부귀신이 될 수 있다." (p.10 '들어가는 말' 중에서)

 

내가 이 책을 꼼꼼히 살펴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목차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1장 '동기 공부귀신은 분명 있다', 제2장 '암기 머릿속의 눈으로 지도를 그려라', 제3장 '이해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라', 제4장 '반복 오르고 싶다면 걷고 또 걸어라', 제5장 '핵심 과목 반드시 넘어야 하는 모든 공부의 기본', 제6장 '시간 관리 천천히 하지만, 오래 달린다' 제7장 '자기 주도 배우지 않고 가르친다', 제8장 '시험 공략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는다', 제9장 '자기 관리 결국 나와의 싸움이다', 제10장 '의지 공부귀신은 우리 안에 있다'의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목차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우 체계적으로 씌어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미주알고주알 세세하게 설명하다 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말일 수도 있고, 선생님이나 인생 선배로부터 배웠던 내용일 수도 있어서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

 

"공부는 일정 단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노력이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몸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고 반복하지 않은 공부는 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울대에 합격한 구본석은「공부의 왕도」에 출연하여 수능 기출문제를 100번, 200번 풀었다고 말했다. 공부와 친숙해지기까지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다." (p.70)

 

30년 가까이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수많은 학생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이력이 있는 저자에게도 공부 노하우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였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굳이 공부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책으로 낼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공부는 기본을 철저하게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 실린 공부 노하우를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아마도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인 규칙을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고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규칙을 새로이 적용하지 못한다면 공부에 진전은 좀처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공부법이 다 똑같은 줄 안다. 자신이 학교 다닐 때 공부했던 방법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벽에 못 하나를 박는 단순한 일조차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다르듯, 공부도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다르다. 그 차이가 공부귀신을 만들기도 하고, 공부를 포기하게도 한다." (p.324 '나가는 말' 중에서)

 

자랑 같지만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취를 하면서 공부를 했고, 장학금을 받아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 공부와 관련된 나의 경험을 블로그에 올린 적도 더러 있었다. 과거의 경험을 다시 올릴 수는 없지만 공부는 뭐니 뭐니 해도 간절함이나 절실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을 단 한 순간도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나를 쓰러지지 않게 하였고 자력으로 대학까지 마칠 수 있게 하였다. 공부의 핵심 요소인 집중력 또한 간절함에서 나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간절함이 스스로의 행동을 절제하게 만든다. 몸가짐을 삼간다는 의미의 '근 독(謹獨)'을 마음에 품었던 것도 그런 연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